정부가 제출한 금융개혁 관련 법률안이 정당간의 견해차이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사실상 입법이 어려울것 같다고 한다.

신한국당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3개 관련법안중
금융감독기구설치법 제정과 한은법개정안은 보류시키고 나머지 11개
법률안 만을 선별처리한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재경위 법안심사소위가 12일 회의에서 금융감독기구설치법등을
일부 수정, 당초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키로 한 통합감독기구를 재경원산하
기구로 변경하는 합의안을 재경위 전체회의에 넘겨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강경식 부총리등 정부당국자들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어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정이 크게 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우리는 국회의 금융개혁관련 법률의 심의와 관련, 정부안이 담고 있는
감독기구통합등 감독체계의 개편방향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정부조직의
변화와 감독기관 종사자들의 신분변화 등을 수반하는 기구개편문제를 사전
준비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특히 우리는 그동안 누차 지적한대로 재정경제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정부기능과 조직의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중앙은행의 역할재정립 등도 좀더 신중히 검토해서 이와 함께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중앙은행과 감독기구 개편문제는 여러가지 부작용, 예컨대 한은과
중간감독기구를 포함한 금융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추진해야할
화급을 다투는 사안도 아니다.

더구나 정권교체기에 졸속으로 처리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보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주장대로 금융개혁이 가능한 것부터 선별처리하는것도
차선의 선택으로 볼수 있다.

재경원이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면한 금융불안해소대책을
마련하기 어렵고 따라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법안통과뒤에 발표하겠다고
한 것이나,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실망으로 대외 신인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막강한 재경원의 힘으로 필요한 제도개편은 얼마든지
할수있고 특히 감독기구가 통합된다고 해서 당장 부실여신이 없어지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재경원이 설득력없는 논리를 내세워 금융개혁법안의 일괄처리를 고집하기
보다 당면한 금융불안 해소대책을 강구하는 일에 보다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국회가 보여준 부실한 법안심의에 대해서도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금융개혁법안만 해도 충분한 심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기 보다 표를
의식해 될수록 손해보지 않는 쪽으로 쉽게 결론을 내린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회기이지만 보다 성실한 법안심의에 임해줄 것을 아울러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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