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하지 않기로
선진국 환경장관들이 합의한 것은 우리 입장에서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 13개국과 유럽연합(EU)등은 지난 7,8일 이틀동안 일본
도쿄에서 12월의 교토 총회에 대비한 비공식 각료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
개도국 그룹에 전달했다.

개도국의 현실적인 반발을 감안할 때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정서에 삭감
의무를 명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신 개도국들도 자발적인 감축에 적극 참여토록 요청키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국가 등 선진국들이 개도국,특히 근래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과 멕시코를 겨냥해 감축목표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우리로서는 이만 전만 걱정이 아니었다.

감축수준이 어느정도로 정해지건 매년 10% 가까이 늘고 있는 에너지소비를
오히려 줄여 나간다는 것은 경제성장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조선등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산업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선진국 자신들의 의무감축량에 이견이 많아 개도국에 대한 의무부여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게 우리 생각이다.

선진국들은 이번 교토 총회에서 채택할 의정서의 감축목표를 놓고 최근
여러차례 실무회담을 가졌지만 아직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의 감축량을 EU는 90년 수준보다 15%를, 일본은 5%를 감축
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90년 수준(0%)으로 묶되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자는 입장이다.

총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어떻게 타협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온실
가스 배출량의 감축, 즉 에너지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세계의 기상이변등 지구온난화 피해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고 따라서
온실가스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날로 높아갈 것이다.

그럴 경우 자연히 개도국들에도 화살이 돌아오고 그중에서도 OECD에 이미
가입한 우리에게 자체감축 뿐아니라 개도국지원 압력까지 가해질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실제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지가 않다.

지난 92년을 기준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가 1,2,3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도
세계에서 16번째로 많은 양을 내보내고 있다.

우리는 당장 의무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안심하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감축노력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절약형으로 바꾸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와
에너지 수입수요억제를 통한 국제수지개선을 위해서도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게 부여돼야 마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