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발전이나 자본주의의 형성을 도박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독특한
책이 있다.

한국에서도 번역출간된 "신을 거역한 사람들 (AGAINST THE GODS)"이
그같은 관점을 펼치고 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이 책은 리스크관리에 대한 경탄할만한 지식을
드러내는 한편,리스크의 현대적 개념을 일깨우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이같은 책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도박은 역사시대이후 인류의 가장 인기있는 오락이었다.

애덤 스미스도 도박이라는 인간의 리스크 감수 속성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같은 속성을 걷잡을 수 없는 날에는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고
걱정했었다.

도박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스크를 겁내 움츠리고만 있다면 투자행위도 위축될수밖에 없다.

구소련이 국가명령과 계획을 통해 불확실성을 관리한 것이 경제적 진보를
가로막은 것이다.

도박은 오랫동안 행운의 여신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여 운에 모든 것을
거는 게임이었다.

지금도 룰렛이나 주사위 던지기등은 운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

하지만 포커나 경마등은 그와는 다르다.

선택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난다.

주사위에는 기억력이 없지만 선택에는 기억력이 있다는 점도 다르다.

주사위는 신의 뜻에만 따르는 것이라면 경마나 포커는 치밀한 계산과
확률로써 승패를 예측해 선택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신을 거역한
사람들"의 도박이다.

또한 카드나 경마에선 종종 천재적 프로가 탄생하지만 주사위놀음에선
성공적 경력을 쌓은 사람이 없다.

리스크에 대한 현대적 개념은 서구에 아라비아숫자체계가 소개된 데에서
비롯되었다.

수학의 발달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초기자본주의의 태동을 부추겼고 미래에 대한 관리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그후 수학자들의 생명표작성은 보험판매를 가능케 했고 오늘날 컴퓨터의
발전은 금융등 더 많은 지평을 열었다.

한국도 고스톱의 성행등 자본주의기질은 세다고 볼수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만 들리니 아직도 리스크관리가 아닌
운에 맡기는 도박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