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절친한 친구 등이 급한 돈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당장 현금이
없으면 신용카드를 빌려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빌려간 사람이 관리소홀로 신용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이는 또 제3자의 부정사용으로 이어져 고객과
신용카드사간의 분쟁으로 비화되는 사례로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는 회원 본인에게 전속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뒷면에 반드시 본인의 서명을 의무화하고 있다.

신용카드업법에서는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양도하는 행위와 질권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이 단순히 소지하고 있다가 분실한 경우 이를
양도.대여행위로 볼수 있을까.

또한 직접 현금인출을 할수 없어 제3자에게 돈을 찾아오도록 신용카드를
맡기는 경우 회원책임은 어디까지일까.


<> 사례1 =대기업과장인 박병현(38.가명)씨는 지난1월말 병원에 친구 문병을
갔다가 소지품을 두고 왔다.

박씨는 집에 있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소지품을 찾아 집에 가져다 놓으라
고 부탁했다.

그런데 부인이 병원에서 소지품을 찾아 돌아가다가 집 근처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으며 그날밤 1백8만원이 부정사용됐다.

부인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박씨가 소지품에 대해
이야기하자 소매치기 당한 사실을 깨닫고 즉시 카드사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분실과정에 관계없이 부인이 남편의 카드를 분실한
것은 양도.대여행위에 해당한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박씨의 경우 부인이 신용카드를 갖게 된 경위가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물건을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양도나 대여행위로 볼수 없다.

따라서 카드사가 전액 보상해야 한다.


<> 사례2 =가정주부 김현숙(35.가명)씨는 지난 95년초 시누이가 미국으로
유학가면서 맡긴 신용카드(현금지급기능 겸용)를 보관하고 있다가 시누이의
부탁이 있을 때마다 그 신용카드로 시누이의 예금을 인출해 송금하거나
물건을 사곤 했다.

김씨는 지난 96년말 속옷을 사서 보내달라는 시누이의 전화를 받고 예금을
인출해 귀가하던중 신용카드를 분실했으며 다음날 아침에야 이 사실을 알고
카드사에 신고했다.

그러나 전날밤 제3자가 2백60만원을 부정사용한 후였다.

카드사는 시누이가 김씨에게 신용카드를 양도한 책임을 물어 보상을 거부
했다.

김씨의 경우 신용카드회원인 시누이의 부탁에 의해서만 사용했다해도 김씨
본인의 신용카드가 아닌 이상 제3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부정사용금액에 대해 카드사로부터 전혀 보상받을수 없다.

이처럼 신용카드는 회원 본인만 사용할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 양도.대여 행위에 해당돼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이
회원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회원 본인이 아닌 사람은 모두 타인으로 간주되는 점에 유의해야 하며
가족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이같은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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