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시립대학 뒤편 배봉산 숲자락의 휘경여고 테니스장에 동이
튼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땅고르고 라인 그으면서 친한 벗들을 맞을 준비로
바쁜 총장 (김국래 현대인테리어사장).

궂은 일을 도맡아 총무를 네번씩이나 맡고 있다해서 붙여진 존칭이다.

운동장 한곁 칡나무 덩굴 벤치가에선 최면식 사장 (한일육운)이 아침을
들지않고 올라오는 회원들을 위해 단골메뉴인 콩나물라면을 끓이고 있다.

하나 둘씩 정겨운 이웃사촌들이 일주일의 피로도 잊은 듯 밝은 인사를
내지르며 싱그런 숲냄새가 가득한 테니스장을 메우기 시작한다.

우리클럽은 86년에 휘원학원 이사장 (황온순)의 배려로 만들어져 현재
양종윤 (한일고교) 회장과 20여명의 회원들이 삶의 고락을 나누고 있다.

회원은 주로 이웃들과 몸은 멀리 이사갔어도 마음은 떠나지 못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벌써 게임에 열이 붙기 시작했나보다.

"인이다, 아웃이다" 정겨운 언쟁이 들려온다.

왜 그런가 보니 지난주 내기에서 놀래미회 바가지를 쓴 안균호 사장
(현진엔지니어링)의 복수전이다.

"콩나물라면 다 끓었으니 아침 먹어라"라는 최사장의 성화로 운동장
곳곳에 흩어진 회원들이 한데 모인다.

박문양 공보처과장, 진내묵 휘경여고교사, 유춘구씨 등은 클럽창설
멤버이다.

이윤배 베델팩사장, 장용중 수출입은행차장, 권무정 한국바이엘부장,
김영일 김송영 휘경여고 선생님들, 그리고 자그맣지만 자기사업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백승태 윤정동 전봉준 서기호 변철만 사장들이 우리회원.

어제 약주들을 한잔 하였는지, 뜨거운 국물 마시면서 시원하다는 소리와
함께 지난 일주일동안의 사업과 가족, 경조사 얘기가 어우러진다.

이윤배 사장의 베트남 출장얘기에 주위가 정돈되면서 회원들의 귀가
모아진다.

지난 20년동안 노르딕등 세계적인 스포츠메이커들에 스키가방 등을
만들어 수출하다 높아지는 임금을 감당못해 2년전에 불모의 베트남에
현지공장을 세웠는데 근간 투자회수문제로 고민이 생겼다는 것 같다.

모두들 어떻게든 돕고 싶지만 무얼 알아야지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데,
전문가인 수출입은행 장차장이 한번 알아 본다고 한다.

옆에 있던 최면식 사장이 한마디 거든다.

그는 작년에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축 (chuk)섬에 스쿠버 낚시인들을
위한 아담한 리조트를 건설했고 아마 그 경험을 나누려는 모양이다.

생수한잔들 들고 난 후 멈췄던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이렇게 저렇게 파트너들이 바뀌면서 점심내기 맥주내기 오후 스케줄
엮기에 여념들이 없는 모습이다.

너댓 게임씩 끝나고 기분좋은 피로감이 느껴져 온다.

이제 산을 내려가 언제나처럼 우리들의 아지트인 휘경카페 (동네슈퍼)에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오늘 게임의 복기가 열릴 것이다.

우리모임의 사조직인 배봉나사본의 김윤기 부장 (유니온케미컬)은
오늘도 나오지 못했다.

5개월전 운동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쳤는데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나 보다.

휘원테니스의 이웃사촌들, 파이팅!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