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대외거래 과정에서 외국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줄경우 처벌하는
것등을 골자로한 가칭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을 제정, 99년부터 시행키로 하고
구체적인 성안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외국공무원에게 사업상의 이득을 얻기 위해
뇌물을 주거나 약속, 또는 주겠다는 의사표시만 해도 국내 뇌물죄에 상응하는
수준의 처벌을 하기로 했다.

또 뇌물제공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득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토록 했으며, 법인에 대해서도 별도의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두기로 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입법화조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중인 부패방지협약에 따라 국내법상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OECD의 부패방지협약은 그동안 상당한 논란이 있었으나 이제는 거의
대세로 굳어져 구체화 단계에 이르렀다.

오는 19일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실무회의에서 협약안의 최종 내용을
확정하고 빠르면 12월중 각료급회의에서 협정에 서명, 99년1월1일부터
적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OECD는 이를 위해 내년 4월까지 이와 관련된 국내법을 마련해 자국국회에
제출토록 하고있다.

물론 OECD협약도 그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좀더 보완돼야 할 점이
많이 있다.

예컨대 뇌물죄의 구체적인 구성요건이나 제판관할권문제, 법인에 대한
처벌여부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실무회의에서 기본골격이 이미 마련됐기 때문에 시행에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다소 취약한 여건에 처해있는 우리로서는 그 파장과
부작용에 대해 보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시급한 것은 리베이트 지급이 관행화되다시피한 해외건설 등의
거래에서 자칫 상당한 타격을 받을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보완할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또 뇌물의 판단기준에서도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 본의아닌 실수가
있을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해외건 국내건 뇌물을 주고 이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범죄행위임에
틀림없다.

또 우리사회의 부패정도는 상당히 심한 편이라고 볼때 부패방지협약
참여에 어느나라보다 앞장서야 할 처지에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외 거래를 막론하고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다투는 문자
그대로 깨끗한 경쟁풍토 조성에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그러한 부패방지의 엄격한 적용이 경쟁상대국
또는 후발공업국들에 대한 선진국의 견제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제거래의 공정경쟁이라는 대의명분은 좋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경우 악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정부는 그런 점에서 최소한 일방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