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 패턴이 고부가가치 위주로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단순 시공만 담당하는 도급공사가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들어
기획제안형사업 개발형사업 등 자금조달형 사업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투자개발형 사업은 지난 94년 15건 9억달러규모에서 지난해엔
35건 34억달러로 증가하고 올해엔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활발한 동남아와 인도 라오스 등 서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고속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간접자본 플랜트 시설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나 투자재원이 부족, 자금조달을 동반하는 조건으로
공사발주를 늘리고 있다.

이와함께 민간부문이 발주하는 공사도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는 쪽보다는
믿을수 있고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 낙찰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추세다.

공사발주 조건도 종전에는 가격중심의 입찰에다 자국인력 고용및 자국업체에
대한 공사하청, 기자재 사용요구 등 배타적인 성격이 강했으나 지금은 금융
요청 현물결제 합작제의 기술이전요구 등으로 비가격적인 요소가 중시되고
있다.

이같은 수주여건 변화로 설계에서 시공까지 일괄수주하는 턴키베이스방식을
비롯 BOT(Build Operate Transfer), BOO(Build Own Operate), BOOT(Build
Own Operate Transfer) 등의 수주패턴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건설업체들은 해외수주를 늘리기 위해 사업계획안을 먼저 짜
발주국가나 발주처에 제시한후 시공및 개발권을 획득하는 기획제안 능력을
높이고 자금조달을 확충하는데 힘쓰고 있다.

투자개발형 사업중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사업형태는 턴키베이스 수주방식
이다.

이 방식은 기술능력이 수주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다 단순시공보다 수익성
이 뛰어나 건설업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타타르스탄에서 3억5천만달러 규모의 비료공장 건설
공사를 턴키형태로 수주했다.

세계은행의 경제협력개발기금에서 제공되는 자금으로 건설되는 이 공사에서
현대는 설계 구매 시공 등 전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사가 발주한 빈톨루 액화석유
가스 처리공장 건설공사도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턴키로 수주한바 있다.

코오롱건설은 지난 2월 태국에서 3억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턴키방식으로 수주했다.

태국의 시암전력회사가 발주한 이 공사는 방콕시 인근 라용공단에 4백50MW급
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코오롱은 설계에서부터 기자재납품 시공 운전
에 이르기까지 공사전과정을 일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달말 준공될 파키스탄 라호르~이슬라마바드간 6차선 고속도로(총연장
3백57km) 공사도 턴키방식 수주의 전형이다.

대우건설은 11억6천만달러에 달하는 공사대금의 40%가량을 자체조달하는 등
사업의 전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밖에 선경건설이 지난해말 멕시코서 수주한 탈황회수공장건설공사(공사비
2천5백만달러)와 한라그룹이 방글라데시서 수주한 가스터빈발전소(1백20MW급)
등도 턴키로 수주했다.

이같은 사업들은 건설업체가 처음부터 기획, 자금동원 등 사업추진 전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해 수주한 공사들이다.

대우건설은 인도 동부지역인 마드야프라데쉬주 빌스포지방 코르바 인근지역
에 세울 화력발전소(5백35MW급 2기)를 BOO방식으로 건립중이다.

BOO는 건설회사가 자기자본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그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일정기간 운영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건설회사는
기간만료후에 운영기간을 연장하거나 발주처 또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게
일반적이다.

오는 2001년 8월 완공될 이 공사는 공사금액이 14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인
데다 국내업체에선 처음으로 BOO방식으로 수주한 공사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는 공사비 회수를 위해 이 발전소를 먼저 30년간 운영한뒤 운영기간을
연장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대우가 지난 93년 라오스에서 1억9천2백만달러에 수주한 하우야호 수력
발전소는 BOT 수주방식의 첫 사례.

이 방식은 건설회사가 자체자금을 조달하여 완성한후 일정기간 운영하면서
건설비용을 회수한후 발주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수주방식이다.

대우는 내년 8월 수력발전소를 완공한뒤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생산전력의
85%를 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한화건설부문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북쪽 2백50 지점에 있는 퀴즈블락스키야
에 건립중인 수력발전소(공사비 1억달러)도 BOT 방식으로 수주한 케이스이고
동아건설이 라오스 세피안 센안노이에 건설하고 있는 수력발전소도 30년간
운영권을 동아측이 갖는 BOT 계약형태를 취하고 있다.

해외부동산을 직접 매입,분양 또는 임대하는 개발형 사업도 눈에 띄게 늘어
나고 있다.

벽산건설이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동구권인 헝가리에 진출, 3천만달러
규모의 고급 가든형 주택사업을 벌인데 이어 쌍용건설도 베트남 하노이 지역
에서 베트남 국영회사인 하노이투자개발사와 합작으로 랑하복합건물을 짓고
있다.

또 삼성물산건설부문과 청구가 미국에서 복합쇼핑센터와 고급주택을 각각
짓고 있는 등 10건이상의 해외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