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건설이 다시 중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 81년 1백36억달러 수주를 정점으로 급속히 쇠퇴, 88년에 16억달러에
그쳤던 해외건설 수주가 90년대들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91년 30억달러, 92년 27억달러, 93년 51억달러, 94년 74억달러, 95년
85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낸데 이어 지난해에는 1백8억달러를 수주,
해외건설 1백억달러 시대를 다시 열었다.

올해 우리 건설업체들은 10월말까지 모두 1백3억달러어치의 공사를
해외에서 따냈다.

해외건설 최대 호황기였던 지난 81년이후 최단기간내에 1백억달러 수주를
기록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곧 계약이 성사될 대기물량도 많아 올해 연간 수주액이
1백4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건설 활황은 우리나라가 최근 겪고있는 무역적자와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70년대 후반 건설업체들이 중동시장에서 벌어들인 외화가 달러부족에
시달리던 나라경제를 구해내는데 큰몫을 했던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환율급등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크게 피해를 입고 있으나 해외건설업체들은
공사대금을 달러로 받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까지 올리고있다.

90년대이후 한국의 해외건설은 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진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대후반이나 80년대초의 해외건설은 중동의 오일달러를 재원으로
발주된 공사를 싼 노동력을 무기로 따내는 수준이었으나 요즘 해외건설은
일본 유럽 등 선진건설업체들과 기술및 시공능력 경쟁을 통해 시공권을
따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업체는 본격적인 현지화와 특화부문육성 등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수주패턴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공사수주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이젠 기획제안형수주에서
부터 시공자가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형수주, BOT(Build
Operate Transfer), BOO(Build Own Operate)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수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건설을 중심으로한 투자개발형 해외사업이 붐을 이루면서
해외건설수주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있다.

이같은 개발사업은 지난 94년 15건 9억달러에 머물렀으나 95년엔 31건
15억달러, 96년 34건 34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41건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공종 역시 노동집약적 단순공사에서 벗어나는 추세이다.

초고층 인텔리전트빌딩공사를 비롯 발전소 댐 플랜트 항만매립 장대교량등
부가가치가 높은 공사로 급속하게 변화하고있다.

94년 해외건설 면허발급방식이 등록제로 바뀐이후 중견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잇따라 진출, 적지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요즘 해외건설의
주요한 특징이다.

이들 중견업체는 미국 중국 동남아등 다양한 나라에 진출, 주택사업
레저단지사업등 다양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있다.

현재 우리 건설업체들이 진출,공사를 벌이고있는 나라는 모두 78개국에
이른다.

중동을 비롯 동서남아시아 북미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등 세계를 무대로
각종 공사를 수주,시공하고있다.

과거에는 중동일변도였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주력시장이 동서남아시아
지역으로 옮겨가고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간접시설투자및 민간사업발주가 급격히 늘어나고있는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해외건설시장으로 떠오르고있다.

올해 국가별 수주액을 보면 중국이 17억8천만달러로 가장 많고 싱가포르
14억4천만달러, 인도네시아 11억6천만달러, 인도 9억5천만달러, 폴란드
8억9천만달러등이다.

그러나 우리 해외건설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수주지역의 편중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0,80년대 중동특수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됐으나 아직도 우리는
해외공사의 70%가까이를 아시아지역에서 따내고 있다.

이같은 수주지역편중은 한국건설업체들간의 출혈경쟁을 유발한다.

같은 공사에 국내 여러 업체들이 응찰, 경쟁을 벌임으로써 낙찰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심지어 일부업체들간엔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건설소프트부문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우리 업체들이 시공부문에선 상당수준에 올라있는 반면 엔지니어링및
설계, 건설사업관리 등에서는 아직도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차원에서 주요 발주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체계적인 발주정보를
수집,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업체들의 수주활동을 실질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공사가 시공업체자금조달조건으로 발주되고있는
추세인만큼 해외공사수주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수 있는 제도적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정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