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 사회생활학과 4년 >

여성학 강의는 우리 학교에서 꽤 인기가 높은 과목이다.

그래서 마감 인원수가 채워지기 전에 수강 신청에 성공하려면 어지간히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된다.

또 나처럼 운이 아주 좋았거나.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여성학 강의를 들을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왜냐하면 사회에 나가기 전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학은 괴로움을 주는 과목이기도 했다.

전에는 당연스럽게 여겼던 것들을 이제는 더이상 당연한 것으로 여길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긋나긋하고 애교스러워야 하며 남자는 강하고 무뚝뚝해야 한다?

여자는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미소를 지어야 하며 남자는 자신의 강한
주장을 내세워야만 한다?

이런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이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이미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여성다움 남성다움에 대한 틀이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여성다움 속에 편입하고자 바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나긋나긋하고 애교스럽기를 원치 않으며 미소를 짓기
보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여성학 수업은 사회의 강요된 틀을 떠나 진정한 여성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여성학 수업에서는 학문을 배우지 않는다.

여성학 수업에서는 자기 자신을 배운다.

자신을 아는 것이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때 여성학
수업은 나에게 보다 풍성한 삶의 길을 열어 주는 전환점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