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의 주역이 바뀌고 있다.

환상적인 플레이로 경기장을 주름잡는 스포츠스타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속살이 보일듯말듯 아슬아슬한 치마를 입고 요란한 춤을 추는 치어걸들은
이미 프로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며 대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경기장을 찾는 응원단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것.

운동경기장은 온갖 스트레스의 분출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퇴근만 하면 축구장 야구장을 찾는 신세대
직장인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접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 즐기는 스포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그들이 바로 새로운 경기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응원단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스포츠가
생기면서부터.

시즌을 끝마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수천, 수만의 관중들이 내뿜는 함성, 경쾌하고 빠른 음악에 맞춰 율동을
펼치는 늘씬한 치어걸들의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중석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겨울은 프로농구의 시즌이다.

8개구단 응원팀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경기 못지않은 치열한
응원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전문댄서들로 팀을 구성, 춤에 중점을 두는 "댄스파", 화려한 옷으로
승부를 거는 "패션파", 관중들과 노래를 부르며 일체감을 조성하는 "노래파"
등 다양한 형태의 응원으로 농구팬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불어온 월드컵축구의 열풍은 이들 응원그룹을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까지 승화시켰다.

가장 주목을 받는 대상은 역시 국가대표응원단 "레드 데블스"(붉은 악마).

오빠부대, 넥타이 부대같은 분대.소대급 규모의 군소응원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규모부터가 사단급.

구단에서 조직한 팬클럽이나 여중고생들로 구성된 오빠부대와도 품격이
다르다.

PC통신 축구동호회를 주축으로 결성돼 PC통신의 위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레드 데블스는 경기장 응원형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처럼 꽹과리 북만을 두드리며 태극기를 흔드는데서 탈피, 절도있고
리듬있는 허밍 등 조직화된 응원으로 흥을 돋운다.

요즘 축구장에서 날리는 오색 꽃종이, 경기장 상단에서부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종이 테이프 대형 현수막 깃발 등도 새로운 풍경.

인기 또한 웬만한 운동선수를 능가한다.

"붉은 악마" "레드 데블스" "붉은 전사" 등 이들의 이름을 딴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붉은 악마를 광고로 끌어들이려는 은밀한 유혹도 만만치 않지만 이들은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훌륭한 경기는 선수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감독의 용병술과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

이들이 경기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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