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록 < 중소기업연구원 원장.경제학 박사 >

미국은 항상 산업혁신의 최전방을 연다.

미국 부자의 부침은 유망 산업분야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70,80년대 미국의 거부들은 철강 석유 자동차 등 중후장대한 사업을
영위한 기업인들이었다.

카네기, 포드, 폴 게티, 록펠러가 그들이다.

90년대 미국 거부의 반열에서는 정보통신분야, 투자, 유통분야 등 연성
산업분야의 기업인들이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빌 게이츠(MS사), 워렌 버핏(투자가), 폴 앨런(MS사), 고든 무어(인텔),
스티븐 발머(MS사), 클루게 워너(투자가), 월튼가(월 마트)가 그들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벤처기업으로 일어났고 지금도 벤처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이 미국 최고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과 스티븐 발머 MS부사장이
각각 미국 3위, 6위의 부자로 랭크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벤처기업 붐이 한창 만개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 붐은 일본에서 "손정의 스토리"를 엮어내며 한무리의
추종자들을 몰고 있는가 했더니, 우리나라에서도 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주로 정보통신 분야에서 모험자본으로 출발하여 1백억~4백억
원대의 부를 거머 쥔 벤처기업가가 적어도 10명은 넘는다.

이러한 "벤처 부자"들은 스산한 감량경영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고개
숙이고 있는 한국의 샐러리맨들에게 따사로운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산업현장의 도처에서 대기업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무너져 내리는 대기업의 담벼락 밑에서 풀뿌리 벤처
(중소)기업의 새싹들이 돋고 있다.

특히 신세대들의 온상에서 가장 희망에 찬 창업의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

창업을 향하는 신세대들의 역동성은 정말 대단하다.

지금 우리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창업동아리"가 앞다투어 둥지를 틀고
있다.

각종 창업박람회나 창업정보회에는 창업 예비자 신세대들이 대거 몰려들어
창업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옛날의 젊은 세대는 대기업이라고 하는 큰나무 그늘에 안주하기를
선호했다.

요즈음 신세대들은 즐겨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대기업에
근무하면서도 독립 창업가로서의 꿈과 역량을 키운다.

이용가능한 통계는 벤처(중소)기업의 창업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금년 여름은 기업들의 부도가 유난히도 많았지만 부도법인 대비 신설법인
배율은 4배를 웃돌았다.

금년 상반기를 통산해 보면 7대도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수원)
에서 1만1천1백30개의 새로운 기업이 기업활동에 들어갔는데, 이는 96년의
신설법인수 9천3백9개보다 무려 20%나 증가한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창업환경이 열악했던 금년에 창업붐은 이와같이
대단한 상승세를 탔다.

한계선상에 있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내린 금년이 알고 보면
중소기업의 창업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해이기도 하다.

한계적인 대기업의 붕괴현상과 병행하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창업붐, 이
흐름의 양면성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

제비가 날면 봄이 오고, 벽오동 잎이 지면 가을이 온다.

힘찬 중소기업의 새싹들은 돋아나고, 힘없는 대기업은 쓰러진다.

이것이 바로 경제의 신진대사요, 이코노미스트들이 그렇게 외쳐대는
산업의 구조조정이며, 패러다임 시프트이다.

지금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 안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선진 경제에서는 대체로 연성화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이것을 경제의 소프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 굴지의 갑부들이 지식산업분야 정보통신분야 투자-유통분야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경제의 소프트화를 반영하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태동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세대가 핵을 이루는 창업의 신풍이 주로 연성산업에서 일고 있기 때문
이다.

우리 산업의 대표적인 신풍지대는 정보통신, 영상, 엔지니어링, 투자,
국제금융, 기획, 패션, 디자인 등의 분야인데 이들 업종이 바로 우리가
"소프트"분야라고 부르는 연성산업의 영역이다.

연성 산업분야에서 벤처 기업의 창업신풍이 불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면에서
볼때 매우 소망스러운 현상이다.

한국경제의 다가오는 희망이다.

그리고 이 희망은 빨리 달성될수록 좋다.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면서 벤처기업을
일으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남들에게 사업기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빌 게이츠의 이 명언은 한국경제의 먹구름을 걷어낼 힘을 불러내는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