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의무제 ''직업훈련의무비율'' ''직업훈련분담금''....

한결같이 대기업들이 싫어하는 용어들이다.

현행 직업훈련체제는 상시근로자 1천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업내훈련이든
위탁훈련이든 반드시 직업훈련을 실시토록되어 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업종별로 정해진 일정비율의 직업훈련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획일적이고 강압적이며 수요자 입장을 무시한 공급자
위주의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불만은 1년뒤면 해소된다.

정부가 99년부터 직업훈련의무제를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을 제정, 현행 직업훈련기본법을 대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새 법은 "열린 직업훈련체제"를 구축하고 명칭이 암시하듯 직업훈련을
"촉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핵심은 직업훈련의무제를 폐지하고 이를 고용보험법상의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통합함으로써 일원화하는 것.

시행시기는 99년1월1일로 잡았다.

갑작스런 제도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1년 남짓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직업훈련의무제가 폐지되면 정부의 산업인력정책은 규제 위주에서 지원
위주로 바뀐다.

사업내직업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무적으로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강제조치는 사라진다.

그 대신 인력개발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용보험금을
통해 지원하게 된다.

직업훈련에 관한 기준도 대폭 완화돼 기업의 재량이 커진다.

현행 훈련기준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계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수 없게 되어 있다는 비판도 듣는다.

새 법에서는 훈련시설 장비 교재 교사 등에 관한 기준이 풀린다.

직업훈련비용 인정범위도 확대되고 훈련 승인.지원절차도 간소화된다.

훈련교재의 경우 국가가 편찬.검정한 교재는 물론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도 인정받게 된다.

아울러 법에 명시된 훈련기준에 따라 "준칙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은
행정.재정상 우대받게 된다.

정부는 인정직업훈련기관의 자율성도 확대키로 했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훈련비 수강료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인가에 필요한 최소인원 규정도 완화하고 직종제한은 해제키로 했다.

훈련기관간 경쟁을 촉진하는 의미에서 영리법인의 훈련사업 참여도 허용할
방침이다.

직업훈련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중 완료된 "직업교육훈련 3법"(직업교육훈련촉진법, 자격기본법,
한국직업능력개발원법) 개편도 직업훈련체제와 자격제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게 분명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5년 단위로 직업교육훈련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된다.

또 관계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직업교육훈련세부실천계획을
만들어 집행한다.

이렇게 되면 직업교육과 직업훈련간 연계가 강화됨은 물론 장기적
안목에서 인력을 개발할수 있게된다.

경쟁을 유도할 목적으로 직업교육기관과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평가제도
도입했다.

개방대학 이하의 직업교육기관과 기능대학 직업전문학교와 같은 공공직업
훈련기관에 대해 2년에 한차례 평가를 실시, 차등지원키로 한 것.

직업교육훈련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자격제도 역시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중 자격기본법 제정 및 국가기술자격법 개정을 통해
자격제도의 골격을 대폭 개편했다.

학력사회를 능력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격제도의 공신력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자격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자격제도의 핵심은 공인민간자격제도 도입 및 국가기술자격체제
개편이다.

정부는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이 발급하는 민간자격에 대해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국가가 공인해줌으로써 국가자격과 호환될 수 있게 했다.

물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는 제외했다.

민간자격 공인제도를 도입한 것은 민간자격을 활성화함으로써 직업교육훈련
기관들이 산업계의 수요변화에 신속히 대처,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토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민간자격이 활성화되면 학력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능력사회,
자격증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제도와 관련해서는 기능과 기술이 통합되는 산업현장의
변화추세에 맞춰 기술자격의 구분(기술계 기능계 서비스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자격 등급은 "기능사->산업기사->기사->기술사"로
단순화된다.

현재 7백34개에 달하는 국가기술자격 종목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직업교육훈련제도와 자격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됨에 따라 지난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개원, 직업교육훈련 활성화 및 국민의 직업능력향상에
관한 업무를 맡도록 했다.

직능원의 주요업무는 직업교육훈련정책 및 자격제도의 연구.개발사업,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보급이다.

산업인력정책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자율적으로 근로자 직무능력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근로자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평생학습에 눈을 돌릴 것이다.

그 결과 "능력사회", 학력과 학벌보다 능력과 자격이 중시되는 사회가
실현된다.

바로 이것이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