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외화매입을 못하도록 하는등의 정부조치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 따라 환율오름세가 주춤하는 듯한 양상이다.

그렇다고 환율상승이 현수준에서 멈출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외국인투자자들의 투매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증권시장은 물론 외환시장도
불안이 가실 기미를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환율안정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상황이 오늘에 이른 이상 하루하루의 증시및 환시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반드시 옳은 자세라고 하기는 어렵다.

진통제를 놓는 대증요법적 처방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고
본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이 시점에서 정책당국자들은 경제의 기본
(fundamental)을 점검하는 여유를 가져야한다고 본다.

주가와 환율의 안정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노력 못지않게
경제안정을 통한 주가.

환율안정을 기하려는 자세가 긴요하다고 본다.

우선 물가다.

이미 그동안 오른 환율때문에도 물가불안은 가중돼 있다.

내일부터 휘발유값이 오르고 환차손때문에 항공요금이 오른다면, 또
이것들이 원인이 돼 공공요금과 다른 공산품가격이 들먹인다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환율안정을 거듭 강조해온 것도 물가를 의식한 때문이지만, 어쨌든
이 시점에서 물가안정은 정책의 제1차적 목표가 돼야한다.

그동안 대기업부도와 금융시장혼란등이 겹쳐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최악의
국면이지만 숫자로 보면 우리 경제의 기본이 모두 하나같이 나락으로
떨어진게 아니다.

환율상승에 힘입은 탓이겠지만 9월중 무역수지는 흑자를 냈고 경상수지
적자도 줄어들었다.

산업동향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소 엇갈리지만 어쨌든 미세하나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물경제의 자생력에 의한 것이고 동시에 그동안의 구조조정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국면이라고 볼수도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증시및 환시상황에 밀려 잊혀져가고있는 듯한 숱한
구조조정과제에도 다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금융개혁문제는 시급하다.

한보이후 계속 이어진 경제"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금융의 후진성에
적잖은 원인이 있다고 볼때 더욱 그러하다.

선거분위기에 묻혀 답보상태인 금융개혁관련법안 처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매듭지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증시.환시불안으로 금융개방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는
보다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값싼 가격으로 공급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금융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이런 숱한 정책과제들이 하루하루의 시장상황에 대한 집착에 묻혀 표류하지
말아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기조를 다시 분명히 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천해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