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rumour)라는 영어단어는 우리말처럼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굳이 그에 맞는 우리말을 찾으라면 소문 풍문 유언비어 정도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루머가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유언비어가 가장 근접한 용어가 아닌가 싶다.

요사이 증시주변의 기업루머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루머에 한번 휘말리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집중적으로 회수함으로써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루머가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 매우 유용한 정보로 탈바꿈하는
사례들도 많다.

그렇다면 정보와 루머의 차이는 어디에서 찾아야할 것인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PR협회가 공동주최한 "기업루머"에
관한 세미나에서 광운대학교의 김현주 교수는 SMCRE모델을 적용해 그
차이를 제시했다.

루머는 진원지가 불명하고 내용의 변형 가능성이 높을뿐 아니라
전달채널이 구전 등의 비공식채널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반면
정보는 진원지가 분명할뿐 아니라 변형가능성이 적으며 문서등 공식채널을
이용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전 증권가 악성루머에 대한 검찰과 증권감독원의 대대적인
합동단속이 있었고 모증권사 간부가 허위부도사실 유포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이 간부에 대해 2백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구속기소된 죄목인 신용훼손죄의 법정형량에 비하면 무척 관대한
처분이라고 한다.

정상참작 요인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

특히 담당판사는 증권가 소식이 정보와 루머가 혼재하는 경우가 많고
구별도 어려워 이같이 판결했다고 밝혔다.

증권맨들에게는 다소 안도할수 있는 판결이었던 셈이다.

루머는 아무때나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불확실하고 공식채널에서 정보욕구를 채워주지 못했을 때
전달속도와 활동성이 강해진다.

정치 경제 사회가 혼란스러울때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다.

정책을 잘못 쓴 정부, 경영내용을 제대로 알리지않은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수 있다.

때문에 처벌받은 증권사 간부로서는 벌금2백만원도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맞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