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전경기지사의 트레이드 마크는 "패기"와 "참신함"이다.

심사숙고 끝에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출마를 선언했을때부터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확신을 가졌다는 그의 장담도 비교우위에 있는 이런 강점들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 전지사는 자신의 출마가 다분히 "차차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을
가장 싫어한다.

선거에서 떨어지려고 나온게 아니며 더욱이 현재 여론지지도 면에서 여당
후보를 거의 두배정도 차이로 따돌리고 지지율 1위 후보를 박빙의 차이로
따라붙고 있는 상황인데 무슨 소리냐는 얘기다.

특히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선결과 불복문제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지켜봐 달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지사는 "취약분야"로 꼽히고 있는 경제부문에 관한 집중 인터뷰 내내
"정부간섭 최소화"와 "민간자율 극대화"를 기조로 정책방향을 비교적 소상
하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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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수 < 정치부장 > ]


-먼저 요즘 연일 이 후보를 공격하는 신한국당 주장 가운데는 노동부장관
시절 "무노동 부분임금"과 관련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당시 국내경제사정이나 주변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즉흥적 결정으로
노사분규를 초래하고 오늘의 경제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후보에 대한 기업인들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지난 87년 노사분규가 심화된 것은 그 이전의 노사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노사양측이 지나치게 감정대립으로 이어진 점이
많습니다.

그 당시의 임금상승률이 단기간에 치솟아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
시킨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봅니다.

만약 그 이전부터 합리적인 노사간 단체협상의 경험이 누적되어 왔다면
그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업들이 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졌다는 것도 당시 상황에 대한 오해
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제가 어떤 경제관과 기업관을 갖고 일을 했는지
아시는 분들은 그런 오해가 불식됐습니다.

경기도내 기업인들은 대부분 무노동 부분임금 파동이 잘못 알려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와 현재의 노동환경을 비교할때 노동정책 가운데 달라져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제는 근본적으로 노사관계가 그 당시와는 달라졌습니다.

80년대의 적대적이며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이제는 노사구분이 상하개념이
아닌 수평적 동반자적인 개념으로 정립되었으며 종업원지주제 등을 통해
노사의 구분이 앞으로 더욱 불분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즉 노사가 융화된 협력적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노사 공히 기업의 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양산체제를 갖는 관계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과 기업의 구조가 다양화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획일적이고 정치적인
노조활동도 당연히 이러한 시장수요에 부합되도록 변화해야만 할 것으로
봅니다"


-이 전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대기업정책의 골간은 무엇입니까.

"제 경제관과 기업관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바탕을 만들어 주고 경제
주체들이 그야말로 창의력을 1백% 발휘할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규제철폐외에도 기업역량을 잘 엮어낼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정책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대기업그룹의 경우 이른바 "재벌체제"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 총력수출 시절엔 이런 체제가 상당히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대기업그룹의 회사들은 외견상 독립되어 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내부거래 등으로 사실상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경쟁시대하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질수 밖에 없는 만큼 대기업 스스로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죠.

정부역할은 바로 대기업들이 내부혁신 목표를 세워 잘 추진할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있습니다"


-현정부의 대기업정책 전반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세계화 흐름속에서 경제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 공기업민영화 정책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대기업만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계열사 상호 지급보증규모 축소, 연결재무제표 작성, 차입금이자
손비한도축소 등의 조치들은 어느 정도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에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또 2세 경영인들의 경영승계에 대해서는 찬성하십니까.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중 하나이므로 계속해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규모가 작을 경우 2세 경영인이냐의 여부는 크게 문제가
안될수도 있으나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능력 보유여부가 중요해질
경우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을 제치고 2세경영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문제가 될수 있습니다"


-부도유예협약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기업이 부도를 내기전에 채권단들이 부도를 유예시키는 가운데 최종부도
혹은 회생방안을 논의할 시간을 벌자는 목적에서 시행된 조치로 봅니다.

그러나 부도유예대상기업에 대한 정보가 전해질 경우 채권보유 금융기관이
조기에 자금회수에 나섬으로써 부도를 촉진하는 조치로 전락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실명제를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는데 이에대한 견해는.

"사실 실명제가 단행될때 성공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돈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자체가 서구와 다르기 때문이지요.

서구사회에서는 돈 가진 사람들이 이를 노출시키기를 좋아하고 또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동양의 경우 돈이 있어도 없는 척 하는 것이 미덕이고 많이 쓰면 경멸의
대상이 되는게 현실 아닙니까.

돈에 관한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인식이 서구와는 다르며 서구에서도
실명제는 제도가 아니라 관행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실명제를 이제와서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긴급명령으로 돼 있는 것을 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과거를 묻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쳐 나가야지 정의와 불의를 다루듯 징벌적
차원에서 다루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라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으로 보아 시장논리에 맡겨 두는게 나은지, 아니면 정부차원
에서 적극 지원해야 하는지 어떤 쪽의 정책을 택하실 작정입니까.

"우리경제가 불황국면에 있게 된 것은 공정한 시정경쟁을 경험하지 못한데
가장 큰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정책실패를 수정한다는 명분하에 각종 규제를 만들어 왔고 시장
에서의 관행도 강자가 약자에 대해 강박적 약탈적인 계약을 강요한다든지
공정한 경쟁체제의 규칙이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급선무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공정한 경쟁체제를 확립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에 만족하십니까.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서둘러야할 내부 개혁과제가 있다면
무엇으로 보시는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대기업은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핵심분야에 전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핵심역량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 리스트럭춰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혁신및 기술개발 투자에도 신경을 쏟아야 합니다"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할 핵심 경제정책이 있다면 3가지로
압축해 소개해 주십시오.

"첫째 규제혁파입니다.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역동적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규제와 규범을 전면
혁신해야 합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첨단 고부가가치산업의 모든 연관산업을 결집해
발전할수 있는 "무규제 지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습니다.

둘째 정보화사회는 지식과 인력이 중심이 되는 만큼 인력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실용적 전문성과 창의성 가능성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체제로 전환
하겠습니다.

셋째 정보화에 따른 "스피드경제" 시대에 대비, 고부가가치산업인 정보산업
을 적극 육성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노력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또 규제가 시급히 철폐 또는 완화돼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행정쇄신위 국민고충처리위 등의 기구를 통해 여러가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피부에 와닿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눈에 보이는 정부규제는 물론 민간단체인 각종 협회 등을 이용해 민간자율
규제방식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사실상의 정부규제 등이 모두 시급히 개선
돼야할 과제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국가의 행정은 곧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의미한다고 볼때 행정서비스가
국민의 니드와는 무관하게 정부의 편의에 의해 이뤄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조직 개편은 작은 정부 효율성있는 정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이뤄져야할 과제라고 봅니다"


-공기업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만 이에대한 복안은
있으신지요.

"공기업이 가진 비효율 제거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민영화인 바
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덩치가 큰 공기업을 인수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은 결국 대기업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효율성과 공정거래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향으로 민영화
가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 등 이른바 금융개혁방안에 대해 추가로 보완하실
부분이 있다면.

재벌의 은행소유에는 동의하십니까.

"은행의 자율화 촉진과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보다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기업의 부실화와 함께 계열종금사의 부실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산업과 금융의 분리원칙은 매우 중요하며 계속 유지돼야할 원칙이라고
봅니다"


-초대 민선 경기지사 경험으로 볼때 수도권 집중억제책으로 가장 바람직한
정책수단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경기지역에 신도시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필요하다면 그동안의 신도시와는 다른 개발방향을 설정해야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대한 복안은 있으신지요.

"국제적으로 경쟁력있고 꼭 필요한 사업체는 수도권에 건설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경쟁력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만큼 경쟁력있는 산업
시설은 수도권입지가 필요하나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선지사 재임시 수도권에 신설된 공장은 거의 없습니다.

국토균형개발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의 국제경쟁력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국토 균형개발과 수도권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에서 수도권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첨단산업 등이 발전될수 있는 산업결집지역을 지방에
조성함으로써 경제활성화를 추진해 수도권 집중문제가 자연스럽게 완화될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경기도는 1년에 인구가 40만명씩 증가되고 있기 때문에 신규택지및 주택이
필요합니다.

5개 신도시 건설이후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해 왔지만 도시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해 더 심각한 교통 환경 용수문제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북부지역의 균형발전과 남북협력시기에 대비해 북부산간지역을 이용한
저밀도 도시를 건설할 복안도 갖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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