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소설가 고어 비달은 승패의 세계관을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성공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다른 편이 반드시 굴복해야 한다"

한편 은행가 버나드 바루크는 공존의 세계관을 은유적으로 말했다.

"당신 자신의 불빛을 비추기위해 다른 사람의 불빛을 불어 꺼서는 안된다"

바루크는 유명도에서는 비달에 크게 뒤지지만 돈은 그보다 훨씬 많이
벌었다.

이것은 오늘날 비즈니스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통 "사업은 전쟁"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전쟁은 승패의 싸움이다.

남을 거꾸러뜨려야 자기 몫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승자가 많아야 자기 몫도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은 경쟁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사업은 경쟁만이 아니라 상호협력이라는 코피티션(Coopetition)의
새로운 개념이 요즘 떠오르고 있다.

이 말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이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작년에 번역 출간한 "코피티션"의 저자 네일버프와
브란덴버거가 만들어낸 용어이다.

비즈니스는 파이를 만들때는 협력이고 그 파이를 나눌때는 경쟁이다.

전쟁인 동시에 평화이다.

전쟁뒤에 평화가 오고 다시 전쟁이 반복되는 톨스토이식 전쟁과 평화가
아니라 전쟁과 평화가 동시에 수행돼야 한다.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성공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역시 성공하는 경우다.

인텔의 칩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더욱
강력한 기능을 갖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도 인텔이 좀 더
빠른 칩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즈니스는 게임이지만 제로 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게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22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도 코피티션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출혈경쟁보다는 판매제휴 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제휴가 95년엔 37건이던 것이 올들어 9월말까지 1백건에 달하고
있다.

음양의 조화에 익숙한 한국에선 코피티션이 서구보다 더 잘 이해될
것이라는 저자들의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