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길 <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장 >

보다 자유롭고 안정된 국제투자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다자간투자협정(MAI)
의 제정을 위한 협상이 개시된지 2년이 경과하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외국인투자의 역할과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간투자협정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외국인투자에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관련되며, 이중에서도 투자유치국
정부와 투자자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투명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다자간투자협정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다자차원에서 마련하려는 사실상
최초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MAI의 출범은 50년전 GATT의 출범과 비견될 수 있다.

CATT의 출범이 쌍무간 무역협정이 지배했던 40년대 세계교역체제를 다자간
체제로 전환하는 의의를 지니듯이, MAI는 사실상 양자간협정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 투자체제를 다자간체제로 전환하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수 있다.

또한 CATT가 무조건부 최혜국대우 원칙의 다자체제에서의 발현을 기본적인
정신으로 하고 있다면 MAI는 내국민대우 원칙의 다자체제에서의 발현을
기본적인 정신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AI의 기본적인 정신이라 할 수 있는 내국민대우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
하고 투자한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내국인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MAI가 발효하게 되면 내국민대우는 이 협정에 가입한 국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제법적인 의무가 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MAI가 규정
하고 있는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협정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의 위반 사항에 대해 직접 제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는 이 협정하에서 한층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MAI는 우리경제에 분명히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의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우리경제에서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MAI가 우리경제에 미칠 효과중 가장 중요한 측면은 경쟁의 촉진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기업을 차별하는 모든 조치가 철폐되는 경우, 국내 내수시장을
겨냥한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상당히 확대될 것이고 이들은 국내기업에
진정한 경쟁자로서의 압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당장 확대되지 않는다 해도 이들 기업이 상시 진출할
수 있다는 잠재적인 경쟁압력은 상당하게 작용할 것이다.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압력의 증가는 내수시장에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 경쟁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일부 서비스업종의 경우 기존
국내기업들의 상당한 퇴출이 일어날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경영구조가 취약한 일부 국내기업들의 경우 경영권에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경쟁의 촉진에 따라 우리경제의 구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를 겨냥한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지닌 유수의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문분야에 대한 선택과 이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한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MAI 체제하에서 정부는 내수시장을 외국기업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더이상 담당할 수 없다.

국내기업들은 이러한 경쟁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스스로 모색해야
하며 경쟁에서의 도태로 인한 부담 역시 스스로 담당해야 한다.

MAI 체제하에서 국내자본시장의 국제자본사장에로의 통합은 한층 촉진될
것이다.

이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자본비용을 감소시키며, 국내의 부족한
자원을 해외로부터 충족시킬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외국의 자본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고 소비증가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본시장의 통합하에서 건전한 거시경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시대
의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물가의 안정, 건전재정, 금리의 하향안정, 환율의 안정 등을 위한 재정,
금융 및 외환정책의 효율적인 추구가 한층 요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