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호가 실업을 증가시킨다"-이에 관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고용보호란 부당 해고, 경제적 이유로 인한 해고, 고충수당 지급, 해고전
통고, 행정당국으로 부터의 해고승인 취득, 노조와의 사전협의, 채용상의
계약조건 이행 등이 바탕이 되는 "채용및 해고"와 관련된 조항을 말한다.

선진국들은 1970년대 유가파동을 계기로 실업이 증가하자 실업해소를
위해 고용보호를 강화한 결과 노동시장이 경직됨으로써 80년대 들어와서는
오히려 높고 지속적인 실업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80년대 들어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고용보호가 고용이나 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해보면 여러가지
흥미있는 결과를 얻을수 있다.

첫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높다.

그 이유는 고용보호가 심하면 사용자가 해고비용을 두려워 하여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둘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고용률(총고용/총인구 비율)이 낮다.

고용보호가 심하면 해고비용이 많아 해고가 어렵게 되므로 사용자가 신규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다.

그 이유는 고용보호가 심하면 사용자는 신규채용 대상자인 젊은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넷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는 장기 실업률이 높다.

그 이유는 사용자가 높은 해고비용으로 인해 신규채용을 꺼려하므로
일단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자영 고용률이 높다.

그 이유는 취업기회를 얻지 못한 근로자들은 고용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영세한 업종에서 자영고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섯째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파트타임 고용률이 낮다.

그 이유는 어떤 국가들은 파트타임근로의 경우에도 고용보호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를 볼때 고용보호는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고용보호가 가장 약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사실상 고용보호가 없는 나라다.

미국의 고용보호 수준은 0.36에 불과하다.

고용보호가 가장 심한 스페인의 11.25와 이탈리아의 14.25에 비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나 고용의 형평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나, 채용과 해고에 관해서는 사실상 규제하지 않는다.

이 결과 95년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5.5%(스페인 22.7%), 고용률은 73.5%
(이탈리아 45.9%),젊은이 실업률은 12.1%(스페인 42.5%), 장기실업률은
9.7%(이탈리아 62.9%), 자영고용률은 10.8%(이탈리아 29.1%),파트타임
고용률은 18.6%(이탈리아 6.4%)로서 세계에서 노동시장 관련지표가 사실상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은 현재 선진국 가운데서 일본을 제외하고 실업률이 가장 낮고
경제가 호황인 나라다.

지난83년 9.5%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그 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95년에는
5.5%, 96년에는 5.4%, 그리고 97년 전반기에는 약 5.3%를 나타냈다.

노동시장과 관련하여 미국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올수 있는 이유는 낮은
고용보호수준 외에도 자유계약 원칙으로 이루어진 경쟁적 노동시장, 낮은
임금 상승률, 높은 노동이동률, 다양화된 고용패턴 등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특히 미국의 낮은 실업률은 미국만이 갖고 있는 일시해고제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일시해고제란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질때 사용자가 고용중인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해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불황으로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면 기업은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호황이
오면 재취업시킨다는 조건으로 입사기간이 짧은 근로자부터 해고하고, 해당
근로자는 이에 응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해고재량권 때문에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높을 것 같으나
결과는 그 반대이다.

여기에다 미국에서는 임금이 시장원리에 의해서 결정되므로 상승률이
높지 않고 고용패턴이 다양화되어 있어 파견근로 파트타임근로 계약고용
임시직 등의 활용이 활발하다.

한국은 최근 노동법 개정을 통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어느 정도는 마련했다고 볼수 있다.

특히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 허용과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적
근로시간제, 단시간 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근로형태의
도입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예로 보아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기대된다.

따라서 이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 개정시 미합의로 남겨진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제와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 도입과 퇴직금제도 개편 등도 서둘러
추진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