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규격과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이 지폐의 절대적인 크기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발행하는 60여종의 지폐를 보면 가로
1백12~1백92mm, 세로 61~86mm로 그 격차가 매우 크며 평균크기는
1백49mm(가로) x 74mm(세로) 이다.

이중 가장 큰 것은 스위스의 최고액면권인 1천프랑으로 1백92mm x 85mm인데
우리나라 만원권보다 각각 31mm와 10mm크다.

반면 이탈리아의 최저액면권인 1천리라는 1백12mm x 61mm로 가장 작은데
우리나라의 천원권보다 각각 49mm와 15mm 작다.

지금까지 발행된 지폐중 가장 큰 것은 1368~1399년 중국 명나라에서
발행된 1관(화폐)짜리 지폐로 현재 사용되는 A4 복사용지와 비슷한
2백28mm x 3백30mm나 됐다.

반면 역사상 가장 작은 지폐는 1920년 독일에서 발행된 1~3페니히짜리로
웬만한 동전보다 작은 18mm x18.5mm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지폐는 최저액면인 천원권(1백51mm x 76mm)을 기준으로 세로
높이는 동일하나 가로길이는 5천원권의 경우 5mm, 만원권의 경우 10mm씩
크다.

평균크기는 1백56mm x 76mm로 주요 선진국 지폐의 평균크기에 비해 다소
크다.

그러나 지폐크기를 축소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1980년대이후 자동판매기 ATM(현금자동입출금기) CD(현금자동지급기) 등
화폐처리를 위한 자동화기기가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이들 기기를 대체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동전은 지폐보다도 규격의 기능적 측면이 더욱 강조된다.

우선 동전은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규격에 따라 무게가 크게 달라지고
휴대하는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제조비용의 대부분이 소재비용인 만큼 규격에 따라 화폐제조 비용에도
많은 차이가 난다.

아울러 CD ATM 등 자동화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동전의 역할이 잔돈
이나 거스름돈에서 자동화기기의 작동매개채로 옮아감에 따라 그 규격은
동전의 기능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동전도 지폐와 마찬가지로 액면금액이 커질수록 지름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
이다.

그러나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지폐가 동전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고액면 동전을 계속 발행하게 됨으로써 그 규격이 점차 커져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새로운 고액면 동전을 만들때는 기존의 동전보다 크기를
작게 하는 대신 동전의 소재나 모양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이후 많이 발행하고 있는 복재질 주화가 대표적인 예다.

복재질 주화는 동전의 바깥쪽 테두리와 안쪽 소재를 달리해 동전의 품위를
높이는 동시에 다른 동전과의 구분을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의 10프랑및 20프랑, 독일의 5마르크, 이탈리아의 5백리라, 캐나다의
2달러 동전 등이 그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동전규격은 평균지름이 22.5mm이며 무게는 5.3g정도이다.

이중 미국은 평균지름이 20.7mm로 가장 작고 가벼운 반면 영국의 경우
지름 23.9mm로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이 특징이다.

한편 우리나라 동전은 지름 22.1mm, 무게 4.2g으로 선진국에 비해 다소
작고 가벼운 편이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1원과 5원을 제외하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 여운선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