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전략가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박사.

그는 원자력박사이지만 매킨지재팬을 이끌면서 경영컨설턴트로 급성장한
거물이다.

대만의 리덩휘 총통이나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의 국가경영에 조언하고
나이키 같은 초우량 회사들의 기업경영을 컨설팅했다.

그는 한국재계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LG그룹에 대한 컨설팅을 계기로 10여년동안 문지방이 닳도록 한국을
넘나들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창사 33주년을 맞아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처방을 얻고자 오마에 박사와 특별대담을 가졌다.

그는 본사 최필규 국제1부장과의 대담에서 "불황을 돌파하는 힘은 대기업을
무너뜨리는 당돌한 젊은이에게서 나온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위력을 발휘
하는 한국인의 창의력, 그것이 한국에서 표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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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을 전공했습니다.

원자력박사가 경영컨설팅을 한다는게 언뜻 와 닿지 않는 것 같은데요.

<> 오마에박사 =요즘 세상이란 게 경제학자가 경제를 모르고, 경영학자가
회사운영을 못하는 시대 아닙니까.

저는 엔지니어 이지만 클라리넷을 연주해 CD(콤팩디스크)로 제작한 적도
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바로 히타치에 근무한 적도 있고요.

지금도 스탠퍼드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공부보다 현장경험이
컨설팅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경제가 좋지 않습니다.

기아같은 대기업이 흔들린다는 얘기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었지요.

과연 한국경제 한국기업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오마에 =물론 기아사태도 있었습니다만 한국의 문제는 대기업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은 충분히 성장했어요.

중소기업이 자라나지 못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이지요.

세상은 정보화사회로 진화하고 있고 친구 서너명이 만드는 SOHO(Small
Office Home Office) 형태의 회사가 중시되는 사회입니다.

미국에는 4천만명정도가 SOHO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19세기방식의 대기업 의존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그럴수밖에 없는 경제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SOHO회사, 달리 말해 벤처기업들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한국사회가 SOHO회사, 벤처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
하다고 보십니까.

<> 오마에 =하나는 가치관입니다.

크면 좋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하다보니 정부관료가 되는 것을 선호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식으로 서열을 매기려고 합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스탠퍼드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하며 느낀 것은 학생들이 늘 자기회사를
일으키겠다는 당돌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작다고해서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실패는 값진 것이라는 인식도 퍼져야 합니다.

두번째로 인.허가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정부나 금융기관이 마치 혜택을 베풀듯이 허가하고 대출하는
실정이거든요.

벤처기업의 자금줄을 에인절(Angel)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에인절은 한국식으로 인.허가해 주는, 그런 마인드로 벤처기업에 접근하지
않습니다.

창의력과 발전가능성을 사는 투자의 개념으로 대출합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벤처기업이 제대로 커 나가기 어렵겠습니다.

<> 오마에 =결코 한국인들에게 능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다만 "응원단"이 없다는 것이지요.

부모들은 법관이나 의사가 됐으면, 대기업체에 입사했으면 하는 자신들의
바람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사실 일본사회도 대동소이하지 않습니까.

어떤 변화의 조짐들이 있습니까.

<> 오마에 =최근의 일이지만 젊은이들의 사고가 변하고 있습니다.

구멍가게같은 회사를 차려놓고 대기업 임원들과 당당히 명함을 교환하며
영업합니다.

또 대기업에서 나와 회사를 차리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퇴사자들의 창업을 장려,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웃소싱(out sourcing)으로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대기업이 "제2의 창업"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불황에 대해 복합불황이란 표현을 종종 쓰곤 합니다.

일본에서는 "복합불황"이란 책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일본에서 불황의 성격은 어떤 것이었고 어떻게 극복이 가능했습니까.

<> 오마에 =일본은 엄밀하게 말해 불황이 아니었습니다.

90년대들어 버블(거품)경기가 갑작스럽게 꺼졌습니다.

이른바 헤이세이불황의 시작이지요.

그러나 그 불황은 금융기관 건설회사 등 경제의 극히 일부분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일본정부가 경제전체에 큰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침소봉대했지요.

실업률이 안정됐고 구매력도 높아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RV(여가용자동차)
와이드TV 등 잘 만든 물건은 동이 났습니다.

분위기 변화로 언제든 회복될 수 있는 "불황 아닌 불황"이었습니다.

한국은 사정이 좀 달라요.

80년대 후반까지 성장한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고도산업쪽으로 전환됐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엔화가치가 급상승, 수출이 계속 잘
됐습니다.

엔고로 높아진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불황을 지연시켰던 것입니다.

그 사이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요.

금융개혁, 시장개방 등 난제들이 줄을 잇고 결정적으로 엔저시대가 다시
왔습니다.

지금 상황은 수출이 안되고 큰 폭의 임금인상이 곤란하니 소비심리도
위축돼 있습니다.

과거 고도성장의 여파가 한국경제에 고비용구조란 딜레마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마에박사에게 권한이 주어졌다거나 한국대통령이 컨설팅을
의뢰한다면 어떤 정책을 펴라고 권하겠습니까.

<> 오마에 =일단은 시장개방을 늦추겠습니다.

현재 여건상 외국기업과 완전한 무관세시장에서 경쟁한다면 무너져 버릴
상품들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시장개방이 이뤄져 외제자동차가 무관세로 들어올 때 국민들이
자국자동차를 계속 살지 의문입니다.

서둘러 시장을 여는 것보다 하나 둘이라도 경쟁력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자동차 조선등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인.허가란 것은 소수의 사업자를 보호, 독과점시장을 만들어 주는 안전판
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없애야 합니다.

국제무대에서 이기기 위해선 국내경쟁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는 기업은 사라지고 경쟁에서 이겨낸 기업은 해외시장으로 점점 뻗어
나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경제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한 두개 산업이 최강이면 충분히 먹고 살아갈 수 있다는게 전략수립의
바탕이 돼야 합니다.

일본도 경쟁력있는 산업에 종사하는 15%의 국민에 의해 난관을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산업이 최강의 국제경쟁력을 갖는데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 오마에 =모릅니다.

국가나 정부가 결정할 문제도 아닙니다.

특출한 경영자가 자신의 산업을 최강으로 만들어야지요.

전후 50년간 일본의 수출산업을 봐도 10년이상 지속적으로 상위를 차지했던
산업은 없었습니다.

초기에는 섬유가 기여를 했고 그후엔 철강 가전 반도체가 공헌했습니다.

현재는 닌텐도 세가같은 회사의 전자오락기기가 강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일본의 경우 부품이 유달리 강하다는 것입니다.

섬유기계부품에서 반도체장비부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부품이 일본내에서
만들어집니다.

도쿄의 오타구안에만 8천개에 달하는 부품회사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고민은 이같은 부품회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TV판매에서 일본을 앞지를 수 있지만 TV를 만들기까지 필요한 부품이나
공작기계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한 재미보는 나라는 언제나 일본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마에박사는 세계적 기업들의 경영사례에 대해 폭넓은 정보를 갖고
계실텐데, 세계적 기업에선 어떤 공통점이 발견됩니까.

<> 오마에 =세계적 기업들엔 분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경영자들이 권한을 분산시키면서도 최종책임은 항상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에 철저합니다.

자기가 판단착오를 하면 내일 당장이라도 망한다는 긴장에 싸여 있습니다.

혼다자동차의 모든 재떨이는 알루미늄입니다.

격렬한 토론이 붙어 재떨이를 집어던지는 일이 생기자 유리를 알루미늄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같은 토론끝에도 최종책임은 경영자에게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을 벤치마킹해야 하는데 어느 기업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오마에 =미스유니버스 후보가 열명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모두가 미인이겠지만 특히 코가 예쁘고 입 눈 턱이 예쁜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예쁜 부분들만 모두 모아 놓으면 과연 최고의 미인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상한 얼굴이 될 것입니다.

벤치마킹은 한개 기업을 모델로 삼아야 하고 그 대상은 경영자가 골라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세계화전략에서는 존슨&존슨이나 네슬,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뤼이뷔통, 항공사중에는 브리티시항공이 있습니다.

또 정보통신업체인 게이트웨이2000은 저도 크게 감명받은 바 있습니다.


-끝으로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는 한국기업에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오마에 =개인의 중요성입니다.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정보화시대에는 개개인을 좀더 중시해야 합니다.

과거엔 개인을 너무 키우면 회사를 그만 둔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을 키우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야지요.

정 나가려들면 나가라고 도와주면 됩니다.

그것은 적을 만드는게 아니라 분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 정리=박재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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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일본 후쿠오카 출생(43년)
<>.와세다대 도쿄공대 미국 MIT대 원자력박사
<>.일본 매킨지재팬 입사, 회장(72~94년)
<>.정치단체 ''헤이세이유신의 모임'' 창설(9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객원교수(96년)
<>.현재 나이키사외이사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이사
<>.주요저서 : ''국경없는 세계'' ''국가의 종말'' 등 70여권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