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중순 서울 도봉면허시험장에 모인 60여명 가량의
신진자동차학원 수강생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나오기로 되어있던 사람은 보이지 않고 9시로 예정되어있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시간은 점점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신진자동차학원은 전문학원이기 때문에 원서 등 제반서류를 학원측이
다 가지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도 나와있지 않아서 참다 못한 원생중 하나가 핸드폰으로
학원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당직자란 사람이 부랴부랴 면허시험장으로 왔지만
시험은 볼 수 없었다.

그것도 담당자란 사람은 오지 않고 자기 담당은 기능이라고 애써
변명하는 사람이 와서 하는 말이 "학원이 사흘간 정지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부득이 10월16일로 시험을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말이 안되는 것은 정지처분을 받은 시점이 훨씬 이전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공고도 없이 "전화연락을 다 했다"는 말로만 넘어가려는
학원측의 처사다.

전화연락을 모두 했는데 어떻게 주부가 대부분인 60명이 넘는 원생들이
모르고 아침 일찍 면허시험장으로 나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날 회사원들은 월차를 내는등 하루를 소모하다시피 하며
필기시험에 임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일방적 연기"가 이번 한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피해현장에 있던 회사원은 4번씩이나 일방적으로 연기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주일 씩이나 늦어진 시험일정이 기능시험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학원에서 시험까지 본다"는 유리함을 내세웠기에 비싼 수강료도
마다 않고 운전수강에 열중하는 수강생들을 볼모로 영리추구에 몰두하는
이러한 전문학원의 횡포는 시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김민완 등 10명 < 서울 종로구 명륜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