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앨범"

디지털 전자앨범시대가 열리고있다.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의 신제품 시판이 봇물을 이루고 스캐너 CD-R
(레코더블)등 데이터저장 도구의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가정에서도
영상편집이 유행하고 있다.

전자앨범은 더이상 전문사진관에서나 특별주문제작해야 하는 사치품이
아니다.

TV화면보다 선명한 화상을 나타내는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
CD-R를 갖추는데는 1백만원이면 족하다.

게다가 사진을 편집할 수있는 소프트웨어도 갈수록 운용하기 쉬워져
"컴맹"을 벗어난 수준의 사용자면 누구나 전자앨범을 만들수 있게됐다.

결혼 10년째 되는 박경미(37.주부)씨는 요즘 컴퓨터에 입문한지 3개월만에
영상편집의 전문가가 되어 가족사진을 전자앨범으로 만드는 재미에 흠씬
젖어있다.

지난7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아이의 생일초대장을
만들면서 컴맹에서 탈출했다.

그는 초대장에 스캐너로 딸의 사진을 받아넣어 보고는 너무나 재미를
느껴 영상편집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남편을 졸라 CD-R를 사면서부터는 결혼사진부터 꺼내 전자앨범을 구워내기
시작했다.

사진설명까지 곁들여 결혼당시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남길수 있게
만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은은하게 깔아넣는 작업만
남겨두고 있다.

사진의 명암이 좋지않거나 배경과 인물간의 조화가 맞지않아 안타깝게
느끼던 사진을 포토숍기능으로 다시꾸미는 작업을 벌일때면 마법사가
된 느낌이다.

부피가 커 이사때만 되면 애물단지였던 앨범대신 CD몇장으로 해결할
수있어 더욱 좋다.

스캐너와 CD-R 이외에 디지털카메라를 갖추면 전자앨범을 만들기가 더욱
손쉬워진다.

스캐너작업을 벌이느라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없이 디지털카메라를 PC에
곧바로 연결하여 필요한 사진을 뽑아 편집할 수있다.

특히 일반 필름을 이용한 카메라의 경우 현상소에 맡겨 원치않는 사진까지
일일이 한장씩 뽑아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한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는 가정에서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있어 훨씬
편리하다.

또 기념사진을 찍을때 여러장 찍은뒤 디지털카메라에 붙은 LCD화면으로
즉석에서 띄워 본뒤 필요없는 사진은 지울수 있어 효과적으로 사진을
관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캠코더와 동영상을 편집할 수있는 보급형 소프트웨어까지
개발돼 동영상으로 가족영화까지 제작할 수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자앨범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은 국내 PC보급률이 40%에
육박한데다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 CD-R 컬러프린터 편리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가격도 싸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7월 35만화소급의 30만원대 보급형제품을, LG전자가
지난9월 36만화소급에 LCD화면을 내장한 40만원안팎의 제품을 각각
선보이면서 대중화가 앞당겨지고있다.

현대전자 일본의 샤프 아남정공등도 50만~80만원대 중저가형 제품으로
디지털카메라시장을 공략하고있다.

스캐너는 고급형의 플랫베드 스캐너가 40만~50만원선이면 구입할 수있으며
팩스와 같은 시트피드형은 20만원대까지 값이 내려 대중화를 앞당겼다.

이와함께 삼성전자 등 프린터메이커들이 컬러프린터에 스캐너를 내장한
신기종을 선보이기 시작, 스캐너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CD-R도 1백만원을 웃돌아 전문가가 아니면 엄두도 못냈으나 최근들어
30만원대 제품이 쏟아지고있어 사용자의 손에 훨씬 가까워졌다.

이제는 PC사용자그룹에서는 전자앨범을 만들줄 모르면 불출인 시대가
온셈이다.

<김수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