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미국 LA에서 지진이 발생했을때 폐허가 된 현장에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중소기업청 직원들이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어려움을 겪게 될 중소기업인들에게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주기 위해서였다.

기아사태 등 잇단 대기업 부도로 인해 좌초위기에 몰린 우리 중소기업을
생각할 때 매우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부러운 모습이다.

그러한 행동이 오늘날 미국이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을 이룰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지금 전세계에서 중소기업 붐이 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고용창출이나 이노베이션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신흥공업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려도 산업구조고도화 과정에서
중소기업 강화의 필요성이 새롭게 인식 부각되고 있어 중소기업 역할은
재론의 여지없이 크다고 하겠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시장경제의 르네상스=중소기업 르네상스"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며,이는 곧 대기업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장경제 기능을 위해서는 일정한 질서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메커니즘에만 의존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와서는 조직 메커니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메커니즘및 조직메커니즘의 강점이 발휘되고 있는 중소기업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렵고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게임을 해야 하는 것 같은 중소기업 현실을 그대로 두고 시장경제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중소기업은 아직도 자금난을 최대의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다.

아무리 유망하고 장래성이 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담보가 없고 규모가
작으면 제도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견디다 못한 중소기업인들이 결국 스스로의 은행이 필요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랜 인내끝에 터져나온, 차라리 절규라고밖에 할 수 없는 외침이다.

중소기업인들이 만들고자 하는 은행은 신용대출만을 담당하는 은행이다.

또한 단순한 대출만이 아니라 종합 금융서비스를 해주는 은행이다.

이제 은행은 기업에 자금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제공은 물론 경영지도까지
담당하며 거래기업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수행해야 하는
현실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선진국의 은행은 이러한 변모를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조직 메커니즘의 산실인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는 이에 부응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중앙회및 업종별 지역별 조합은 소속회원사 정보는 물론 각종 중소기업
정책및 시장정보 등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사들은 서로의
사정에 정통하다.

이는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극소화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금융업무를 수행해 나갈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지향하려고 하는 신용대출의 선구적 전면적
실시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정부는 의당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출연을 통해 중소기업인에 의한
전담은행 설립을 도와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금융의 시장실패에 대한 바람직한 보완책이 됨은 물론 최근
각종 중소기업 금융지원제도의 축소 폐지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 자금난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기도 하다.

또한 경쟁촉진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개편과 금융관행의 개선을 앞당기게
할 방책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을 통해서만이 시장경제의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우리도 중소기업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아 주어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인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염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보는 인식의 전환,이 모습을 정부가 중소기업인의 전담은행
설립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