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5년전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매우
심각한 정도의 불안심리가 팽배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업종은 괜찮고 어떤 재료가 변하고 어떤 기업은 무슨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더라 라는 식의 논평조차 나오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오랫동안 투자자들이 요구하던 증시부양조치가 나온 직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 더욱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주가하락의 주요원인은 몇가지 꼽을 수 있다.

첫째, 정치권의 "막가파식 처신"때문에 가까운 미래의 정치.사회.경제는
더욱 혼미상태로 빠질 것이라는 매우 높은 불확실성이 만들어준 결과이다.

세계적 전환기라면서 경제구조조정을 부르짖으면서도 이들과 관련된
법안은 몇달째 방치한채 대권경쟁에만 매달린 듯한 정치권의 행태는
미래를 사고파는 주식시장에게 치명적 타격을 준 것이다.

둘째, 행정부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불신이 최고의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반적 기업환경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산업정책.노동정책을 잘못한
책임은 차치하고라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금융기관들의 경영혁신.공기업
문제해결에 필수적인 노동개혁.금융개혁.재정개혁.행정개혁은 어찌되었던가?

또 산업구조조정단계에서 원활한 퇴출이 가능토록 제도적.행정적.관행적
여건을 만드는데 얼마나 성의를 보였던가?

국내외 투자가들이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찾기를 포기할만큼 어음부도율은
높아지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그리고 제3금융권, 제2금융권으로 부도확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들과 금융기관들도 자체의 노력으로 누적된 문제를 풀어야
하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질 않고, 형식적 자구노력에다가 다른 거래선에
대한 신용회수 등 신용축소형의 대응을 주로해서 금융시장전반이 자금경색의
악순환을 밟게 되었기 때문이다.

넷째, 부도난 대기업들의 문제가 풀리질 않고 오래 지속되면서 많은
기관투자가들의 여유자금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외채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원화환율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높게보고, 국내자금시장의 경색이 좀더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추가개방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한국경제와 산업,
기업수익성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때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주식시장교란요인은 빠른 시일내에 적절하고 확고한 정책대응이
없으면 수습되기보단 확대될 가능성이 더 높다.

실물경기는 회복의 징후가 자주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데,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부도확산과
함께 빠른속도로 널리 퍼지면서, 경제구조조정과정에서 불안감이나
방향상실감을 덜어줄 중심축(정치권, 행정부)은 있으나마나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3대금융시장(주식.외환.자금시장)은 상호연계속에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결국은 실물경기회복의 싹마저 눌러서 일본형복합불황으로
이어지고, 모든 자산가격과 성장율의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복합불황에의 연계성을 단절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은 한시바삐 정치개혁법안, 기업구조조정법안, 금융개혁법안,
기타민간인들의 창의성과 책임감을 보장하는 민생법안의 심의를 충실히
해주어야 한다.

최근 WEFA에서는 OECD회원국들의 평균 정치위험도(평점 7.6)보다 훨씬
나쁘게 한국(평전 4)을 평가하고,기업활동의욕은 평균 6.9점보다 더 낮은
2점을 주고있다.

둘째 이 정도의 상황에선 행정책임자들의 방관자적 자세는 말단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자세와 비슷하게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불안의 원천인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에 필요한
성업공사, 보증기금활용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규제혁파, M&A주도도 필요하다.

셋째 금융기관들도 자기만 살아보겠다는 식의 무차별적 자금회수보다
자체의 경영혁신으로 대외신용도를 올리고, 기업들도 경영자와 근로자가
일체가 되어 재무구조개선과 채산성증가를 위해 발빠른 변신을 실천해야
한다, 넷째 일반투자가들은 뇌동매매를 자제하는게 오히려 이득일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설 내년도에는 높은 기업수익증가율,원화환율의 절상가능성,
금리의 하향안정, 외국인투자심리회복등 호재도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