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세등등하게 성장하던 벤처기업인 태일정밀도 연쇄부도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게 돼 끝내 난파하게 됐다.

80년대이후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꼽히던 태일정밀이 결국 무너지게 된데는
지난해 대구종금의 인수를 시도하는 등 무리한 사업확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태일정밀은 국내최대 컴퓨터용 부품업체로써의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구종금의 M&A를 시도, 1천억원가량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종금사 등으로부터 무리하게 단기자금을 차입, 결과적으로
재무구조의 악화를 초래했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이만한 돈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업인수에 잠김에 따라 운전자금 경색을
초래했고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업황부진으로 자금난은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태일정밀은 지난해말 현재 은행권여신이 2천5백억원을 넘지 않아
원칙적으로 부도유예협약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올들어 은행권여신이
급증, 은행권여신만 3천억원대로 불어났다.

그만큼 은행과 종금사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끌어썼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서 종금사들이 최근의 금융경색에 따라 여신연기를 거부하고
조기상환을 요구, 태일정밀이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일정밀은 1차부도가 난 지난 14일밤부터 사실상 자금조달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져 태일의 자금난은 예상외로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조흥 등 채권은행들마저 운전자금대출에 난색을 표명, 결국 부도
유예협약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3년 설립된 태일정밀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지난 89년 상장됐으며
대표적 중견기업으로 꼽혀왔다.

계열사는 뉴맥스 동호전기 동호전자 삼경정밀 등 11개를 거느리고 있으며
하얼빈쌍태전자 등 해외 계열사도 4개에 달하고 있다.

국내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8천41억원에 달했으며 금융권여신은 지난
8월말 현재 은행 3천5백17억원, 제2금융권 2천4백81억원등 5천9백98억원에
달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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