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에서 연금관리공단의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신랄했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현재와 같은 기여율과 지급률의 구조로 가다가는 2033년에는
기금잔액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는 터에 국회의원
들의 질타는 이해가 간다.

특히 일부 직원들의 기금횡령 혐의까지 있다 하니 더욱 그러하다.

이번 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위축시켜 기아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주식시장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다수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공공성이 큰 돈이니 만큼
가급적이면 안전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연금이라고 해서 수익성을 도외시하고 안전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만약 특별한 이유없이 연금의 투자수익률이 여타 기금이나 시장의
평균적인 수익률보다 저조하다면 연금운용자의 책임이 거론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금출연자가 연기금에 돈을 맡길 때는 연기금은 보통 사람들보다 우월한
정보와 관리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연기금 또한 묵시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기 때문이다.

연금운용자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에 투자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사회주의 국가라는 풍자도 있다.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연기금의 주인은
바로 근로자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39개의 공공기금과 37개의 기타기금이 있고, 이들의
자산총액은 1백여조원(공공기금 81조원 기타기금 20조원)으로 국가예산액을
상회하는 큰 규모이다.

그러나 이들 기금의 총자산대비 주식투자비중은 작년말 현재 1.6%에
불과하다.

미국의 48%, 영국의 80%, 일본의 26% 등과 비교할 수도 없는 작은
수치이다.

이로 인해 연기금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현재 상장주식의 싯가총액이 1백20여 조원이나 이중 실제 거래되는 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면 만약 연기금의 10%정도만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면 주가는 폭등세로 반전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나라의 연기금은 선진국과는 달리 주가안정에 기여를 못하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주가하락을 부추기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예금유치나 긴급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금리
입찰을 부쳐 시중금리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대해 연기금측의 변명도 일리는 있다.

연금의 운용실적이 부진할 경우 문책을 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렇게 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연기금운용
직원이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거치거나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으로 운용하여
실적이 부진할 경우에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은 당연한 조치였다.

미국의 연금법(ERISA)에도 이와 유사한 면책규정이 있다.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경제심의회는 금융제도개혁의 하나로 연금운용에
대한 제한을 철폐할 것을 건의하였다.

기업연금에 대한 이른바 5.3.3.2규제(원금이 보전되는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50%이상, 주식에 30%이하, 외화자산에 30%이하, 부동산에 20%이하를
운용해야 한다는 제한)와 투자고문회사를 통한 운용위탁 및 자가운용에 대한
제한 등을 철폐하는 동시에 기금운용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 운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영-미식의 신의성실원칙(prudent man
rule)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금운영단체의 방만한 경영이나 출연자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적인
연금운용도 없어야 하지만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위축되어서도 안된다.

자본주의는 초기의 소유자 자본주의에서 경영자 자본주의로, 그리고
앞으로는 기관 자본주의로 이행될 것이라 한다.

주식시장은 물론 기업의 경영에 이르기까지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지대해
진다는 것이다.

여느 국가를 막론하고 연금은 최대의 기관투자가의 하나이고 기관투자가
로서의 책임이 있다.

주식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도 그 중의 하나이다.

<> 약력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
<>고대 경영학 박사
<>한국은행조사역
<>증권관리위원회 위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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