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는 성장을 멈췄는가.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호랑이들의 기력이 벌써
쇠해졌다는 비관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박사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경제 외적인 요소들을 감안해 볼 때 성장잠재력이 충분
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성장의 기본틀도 여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토플러박사는 "다만 아시아각국 내부의 급격한 정치변동과 군사적인 불안
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치명타를 가할수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경제
외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식량부족에 따른 북한내의 내부균열이나 갈등도 위험요소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은 본사 새사옥준공과 창간33주년을 기념,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박사를 초청, 양봉진 정치.경제담당 부국장과의 대담을 통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경제의 미래에 대해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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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진 부국장 =폴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성장한계론"을 제기한바
있습니다.

아시아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앨빈 토플러 박사 =아시아국가의 경제조건이 그렇게 악화됐다고 보지
않는다.

최근 통화위기가 불어닥치기도 했으나 기본적인 경제성장조건(펀더멘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제성장이 단순히 노동력등 기초적인 경제요소 투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례로 소련이 붕괴된 직후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들이 러시아를 방문,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1년내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해 낼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자신감에 불과하다.


<> 양 부국장 =경제외적인 정치 사회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견해
였다는 뜻인가.


<> 앨빈 토플러 =그렇다.

경제발전을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등 재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중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상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를 감안하지 않는 것같다.

단지 GDP증가율이 얼마인지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정보통신망의 구축정도는 향후 중국의 경제발전을 가늠할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다른 요소들도 면밀히 살펴 보아야 한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건설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라는 정보통신 인프라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첨단 빌딩건설은 제2물결시대적인 요소이며 슈퍼 코리도는 제3물결시대의
필수적 요소다.


<> 양 부국장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 앨빈 토플러 =그렇다.

기술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요소가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여러가지 요소가 망라돼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만 아시아국가들의 성장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수 있는 것은 외부적인
요소보다 내부적 정치 군사적인 불안요소다.

통화불안,국제적인 큰손들의 외환시장교란 등도 경계해야 하지만 정치
군사적인 불안이 경제는 물론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고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거시경제적인 변동과 정치권력의 변동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 양 부국장 =아시아 성장한계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기아
한보철강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생산요소 외에 기업의 크기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귀하의 기존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 앨빈 토플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항상 통하진 않는다.

작은 것이 더 탄력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작은 것과 큰 것이 적절히 조화된다면 더 말할나위 없다.

제2물결의 시대에는 거대기업이 대량생산체제로 대량 생산하는게 유리했다.

그러나 몸집이 큰 만큼 새로운 환경에는 적응속도가 느렸다.

제3물결 시대에 들어서면서 작은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항상 작은게 아름답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61년 미국의 IBM사는 CAI라는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언론과 관련 단체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중단됐다.

10년후 어느 공항에서 당시 CAI사업에 참여했던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뭘하고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곳에서 CAI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거대공룡 IBM은 생존하고 있었지만 IBM이 추진하던 작은 규모의
사업은 중도에 없어지고 만 것이다.

산업화시대에는 "보다 큰 것이 아름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모든게 규모가 커야 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거대기업은 소규모 자회사로 분화되고 모든 조직이 쪼개지고 있는 추세다.

거대기업이 소단위로 나눠지면서 문제가 된 것은 개별 자회사를 어떻게
묶어 응집력을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이들 개별 자회사를 본사화하는 것이었다.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의사결정도, 자금조달결정도 독자적으로 내릴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규모축소가 가능했던 것은 PC의 도움이 컸다.

이젠 PC가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개별 자회사끼리, 또는 모기업과
자회사를 묶어주는 것은 네트워크화다.

네트워크화정도가 작은 것을 아름답게도 할수 있다.


<> 양 부국장 =경제문제 외에 군사 정치적인 변화 또한 아시아에는 아직
까지 큰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이 심각한 식량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내부 불안요소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앨빈 토플러 =식량부족 기근 등이 북한의 당.정.군간의 내부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당장 군사적인 침공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내부적으로 균열하는 사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누가,어느 그룹이 군을 장악할지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분명한 것은 남한에 대한 군사적 침공이 북한의 내부적인 갈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저질러질수 있다는 점이다.


<> 양 부국장 =한반도에서 눈을 돌려 이웃을 살펴보면 일본의 하시모토
정부가 최근 대대적인 규제완화조치를 취하는 등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긴 하겠지만 서구적 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미흡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데.


<> 앨빈 토플러 =일본정부의 규제완화조치가 충분히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을 규제완화 하느냐가 중요하다.

금융부문 행정부자체 등이 규제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제의 양을 줄일수록 부패의 고리를 끊는데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그렇다고 완전히 규제를 없애서는 안된다고 본다.

사회의 안전이나 건강성을 위해 규제가 필요할 때가 있다.

문제는 하나의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키운다는 점이다.

좋은 의도에서 마련한 규제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시스템자체를
마비시켜 버릴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1년 흑인폭동이 발생한후 월가의 한 금융회사가 흑인거주지역에
사무소를 차렸다.

채권이나 주식을 매매하자는게 목적이 아니고 흑인 어린이들을 위한
보육센터를 마련,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그 지역에 어린이보육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11개에
이르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다.

흑.백간의 갈등해소라는 이 금융회사의 취지는 좋았지만 할수 없이 정부의
규제를 어기고 어린이보육센터를 마련해야 했다.

규제를 위반했으니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 양 부국장 =정보화시대의 진행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등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언제쯤 끝나며 언제 다시 신규투자에 나서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야 그 어느것보다 중요한 최고경영자의 경영행위가
된듯한 느낌이다.


<> 앨빈 토플러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등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변수가 늘어날수록 불확실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반면 소규모 투자라도 엄청난
수익을 가져올수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정보화시대에는 1대 1 대응식의 단선적인 방법이나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대기업이 대량생산을, 대규모 투자가 대규모 이익과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정보화시대에 알맞은 게임방식이 아니다.


<> 양부국장 =타이밍 말고도 최고경영자(CEO)들이 갖춰야할 요건들은 많다.

제3의물결 시대의 최고경영자들이 보여 주어야 할 자질, 또는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 앨빈 토플러 =제2물결시대에 경영자의 지도력은 정부지도자의 리더십과
비슷했다.

각종 규제와 규칙 등을 마련하고 실행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지도력도 점차 변화되고 있다.

어떤 이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속에서 무슨 색다른 지도력이 필요하며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분명하고 상황
변화에 재빨리 적응할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과 전략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가 지녀야할 자질은 권위주의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조직체계가 얇아지면서 점차 조직내 정보의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모든 정보를 혼자 독점해 권위를 세우고 권력을 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상하직원간의 정보흐름이 원활할수록 그 조직이 생존할 가능성은 더 크다.

두번째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라는 것이다.

과거엔 철강부문의 경영자라면 철강분야만 잘 알고 있으면 됐지만 이젠
그렇지 못하다.

철강분야를 뛰어넘어 유화 소재 유통산업 등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경쟁자는 사방에서 달려들기 때문이다.


<> 양 부국장 =제3물결시대는 지구촌화시대라고 특징지을 수도 있다.

이웃국가와의 관계 또한 예전의 틀로는 접근하기 곤란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환경문제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예를들어 중국쪽에서 흘러오는 오염물질이 한반도의 대기와 수질까지 오염
시키고 있어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 앨빈 토플러 =물론 중국이 제2물결시대를 건너뛰어 곧바로 제3물결의
시대로 직행하면 별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대를 건너뛸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가 없으니 골칫거리다.

많은 중국사람들이 휴대폰을 갖고 다니지만 그것으로 중국에도 제3물결시대
가 왔다고 보는 것은 큰 오해다.

제3물결시대의 기계나 기술을 공유하고 있으나 교육체계등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 자체는 제1물결시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양 부국장 =정보화시대의 특성중 하나는 날로 격화되는 표준화전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운영체계와 인텔사의 마이크로칩이 묶여 윈텔
시대를 열고 사실상 세계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에 따른 이득도 어마어마하게 챙기고 있다.

윈텔의 아성과 지배력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가.


<> 앨빈 토플러 =그들의 지배력이 영원하리라고 보진 않는다.

벌써 자바 등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표준화가 되면 컴퓨터이용자들은 호환성을 높일수 있어 보다 편해진다.

그래서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의 두가지 경우를 가정해 보자.

하나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또 다른 하나는 자동번역기가 발명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한다고 가정해
보자.

두가지 모두 전세계인을 결속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자와 같은 표준화는 획일성을 야기한다.

반면 후자는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통일성을 낳는다.

윈텔의 아성은 도전을 받아 언젠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독점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 양 부국장 =유럽통화통합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일통화를 비롯한 유럽통합의 전망은.


<> 앨빈 토플러 =통화통합은 유럽에 큰 재앙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유럽은 지금 제2물결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을 보라.

다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게 옳다고 여기고 있다.

이탈리아의 타이어회사와 프랑스의 타이어회사를 합병해 아시아나 미국의
경쟁사에 대응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유럽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발상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소규모 사업에서 창출된다.

전세계적인 추세는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날렵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관료주의를 경계하고 있는데 유럽은 유럽 각국의 관료체계를
다시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관료체계로 수직통합하려 하고 있다.

진정한 제3물결로의 발전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단일통화통합은 소수의 유럽인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단일통화통합이 사회 경제적으로는 옳은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민족주의나 파시즘 등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키울 소지가 있다.

현명치 못한 판단으로 통합의 결과가 유럽의 대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리=김홍열 기자 >


[[[ 약력 ]]]

<>.1928년 미 뉴욕 출생
<>.1949년 뉴욕대 졸업
<>.1957~58년 포천지 워싱턴 특파원/편집장
<>.1959~61년 미 러셀 문화재단 객원교수
<>.1969년 미 코넬대 교수
<>.주요저서 :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미래학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동'' 외 다수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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