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국가간 장벽이 헐려가면서 교역 투자 등 국내기업들의 대외활동
행동반경이 시시각각 좁아지고 있다.

품질 가격상 경쟁열위때문만이 아니다.

서두르던 경제개발기구(OECD)회원국이 되기 무섭게 새로 안을 부담은
뇌물방지협상 규약을 국내법 체계안에 받아들여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한 라운드, 클린 라운드로 끌고가려던 미국의
의도가 OECD 협상으로 한단계 감속되면서 유보적이던 유럽의 동조로, 협상은
금년들어 급진전되어 왔다.

지난 주의 파리 2차회의는 당초대로 99년1월 발효를 향해 외국 공무원에
대한 증회를 이익환수에 형사처벌이란 강경방향으로 이끌어 한국을 포함한
일부의 반대를 압도했다.

말이 그렇지 30개 회원국이 국경을 초월해 뇌물행위를 적발 처벌하기란
여러 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증수회 행위가 갖는 쌍벌성으로 한 국가안에서도 인지 수사가 어려운
판에 국경을 초월할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그 정도는 괜찮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뇌물에 대한 개념과 사회관행및 가치척도가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합의에서 뇌물범위에 소위 "떡값"수준의 일상화된 금품수수는
제재대상서 제외하는 쪽으로 진행돼 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를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우리 입장의 특수성 부터가
서글프다면 서글프다.

아무리 그렇기로 행위 현장의 국가뿐 아니라 뇌물수수와 무관한 제3국
검찰에도 기소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분명 합리성을 크게 저버린 과잉대응이
아닐수 없다.

과연 뇌물수수의 인지 수사 기소 재판 집행에 걸쳐 각국이 동의하는 실체적
절차적인 공통기준의 제정이 가능할 것인가.

게다가 뇌물 제재에 있어 이익의 환수를 관철하면서 그 이익산정 권한을
기소국의 검찰 법원에 귀속시킨다는 것이다.

또 법인에 대한 제재에서 대륙법과 달리 형사처벌을 인정하는 영-미법체계
채택이 확실시돼, 이익 산정을 보복차원에서 악용할 소지가 배제되지 않고
있다.

수회자인 공무원의 범주에 대한 신축성을 제외하곤 이제 타협의 여지가
그리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에 접근하는 근본 시각이다.

실은 록히드사의 일본내각 매수 등 항공기나 무기수출에 물의를 빚은
미국이 77년 해외증회 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경쟁에 불리하다는 자국업계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이 협상의 발단이었다.

여기 유럽의 뒤늦은 합류를 생각할 때 미국의 자동차 개방압력과 같은
맥락에서 OECD 뇌물방지협상을 미-유럽의 장기적인 아시아견제 전략이라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결정적 약점은 한국의 증수회내지 부패의 정도가 OECD에서
최하위권이라는 것이고, 이 수치를 벗는 일이야 말로 누가 뭐래도 대내외
문제에서 똑같이 긴박한 과제라 아니 할수 없다.

한국정치가 어디까지 앞에 설수 있을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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