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 홍익대 교수 >

유명한 블랙-숄즈 옵션가격 결정 모형을 통하여 말로만 접하던 숄즈
교수를 직접 만나서 몇마디나마 나눌 수 있었던 것은 1996년 여름 미국
커네티컷 주 그리위치라는 지역에 위치한 자산운용회사인 Long-Term Capital
Management (LTCM)라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였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숄즈 교수는 이번에 노벨상을 같이
수상하게 된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교수와 전 살로몬 브라더즈 증권사
회장이었던 존 메리웨더씨와 함께 LTCM 회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필자가 만난 숄즈 교수는 입심이 좋고 성격이 급하다는 소문과는 달리
매우 짙은 눈썹을 가진 인자한 아저씨 같았다.

우리나라 경제 및 증권업 현황에 대해서도 상당히 밝은 편이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로버트 머튼 교수는 필자가 MIT대
학생시절 하버드대학에서 머튼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둥근 얼굴에 곱슬머리인 머튼 교수는 둥글둥글한 인상처럼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그의 재무학강의는 매우 탁월했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등 학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교수였다.

재무학 전반과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 모형인 블랙-숄즈 옵션가격
결정모형은 70년초 피셔 블랙이 당시 MIT대 조교수로 부임했던 숄즈 교수와
만나면서 탄생한 모형이었다.

피셔 블랙 교수는 84년 골드만 삭스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숄즈 교수와 블랙 교수외에 MIT대 교수였던 로버트 머튼 교수도
독자적으로 옵션가격결정에 관한 이론을 연구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만 이후에 블랙과 숄즈 교수의 모델이 보다 단순한 수식의 형태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블랙-숄즈 모델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훗날 머튼 교수가 하버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때 블랙은 "내가 숄즈와
함께 썼던 논문 핵심은 아비트자리였고 우리에게 이 논리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머튼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논문은 사실상 블랙-머튼-숄즈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습게도 오늘날 노벨상을 받은 머튼-숄즈 모델이 개방당시부터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명한 경제학 학술지인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의해
게재가 거절당할 정도였다.

이후 이 논문의 제목은 ''옵션의 가격결정과 기업의 부채''로 수정되어
옵션거래소가 개설되던 73년 이 학술지에 다시 실리게 되었다.

70년대는 실로 MIT대 슬로언 스쿨의 전성기였다.

블랙, 머튼, 숄즈 모두 혈기를 불태우며 슬로언 스쿨에서 재무학의 토대를
쌓았다.

MIT대의 새뮤얼슨 교수는 머튼을 전문가중의 전문가라고 극찬하곤 했다.

숄즈는 다른 학교의 높은 연봉 제의에도 불구하고 슬로언 스쿨에
자리잡았다.

만일 블랙이 생존해 있다면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그의 이름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숄즈와 머튼 교수는 현재 LTCM의 파트너로서 그들의 이론을 현실의
투자세계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의 모델은 먼 미래에도 영원히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