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시 인근의 전원형 하이테크단지인 키르얏와이즈만기술파크에
자리잡고 있는 엘롭인더스트리스사.

지난 37년 창업이래 전자광학을 이용한 군수품을 만들어오던 이 회사는
90년대 들어 군사기술을 이용한 민수제품 생산에 전력투구해오고 있다.

냉전이 아닌 하이테크기술 전쟁시대에 맞춰 군수화에서 "상용화"로 대전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방산품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춰 이제 하이테크 벤처기업으로 거의
탈바꿈했다.

군수품 비중은 34%에 불과하고 자동차용 헤드업디스플레이 디지털비디오
머신비전 메디컬제품 등 다양한 민수품을 생산하고 있다.

덕분에 연평균 20%이상 성장을 거듭해 연매출 3억달러(2천8백억원)의
세계적인 전자광학분야 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수석과학자인 모세 오론씨는 "9백여 종업원중 기술자 과학자및
엔지니어가 65%나 되며 이들중 90%가 구소련 등지에서 이민온 유태인이다"며
연구개발력을 과시했다.

KTB(한국종합기술금융)에서 최근 투자한 신생 벤처기업 에니그마인포메이션
시스템스사도 군사기술을 상용화한 케이스다.

이스라엘군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사용하던 첨단기술을 담당 기술자들이
전자출판회사를 차리면서 보편화시킨 것.

이 회사의 전자출판 소프트웨어들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세계시장에서
히트치면서 최근 3년간 연평균 2백% 가량 성장, 올해 매출이 1천만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성장기업이든 신설회사이든 군사기술
을 활용해 첨단기술화한 경우가 많다.

이런 기술을 사업화한 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이스라엘
벤처산업은 성숙기를 맞고 있다.

에니그마사와 같은 벤처기업은 현재 약 2백50개사로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알짜배기 기업이 수두룩하다.

96년 미국 주식시장에 기업공개된 20개 이스라엘 기업중 15개사가 벤처기업
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지금까지 모두 1백여개사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고 이중 나스닥에만
80여개사가 등록돼 미국에 이어 2위 상장국에 랭크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장외시장(AIM)에도 4개사가 상장됐다.

이스라엘의 하이테크산업은 90년대 들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척박한 땅을 농지로 개간한 키브츠의 인력들이 연구소로 이동하면서 본격화
된 것.

여기에 90년이후 구소련 등지로부터 귀환한 75만여명의 과학기술인력들이
발전의 견인차역을 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벤처산업이 성공한 배경은 확연하다.

오로지 기술에만 매달렸기 때문.

이스라엘에서는 연기나는 공장을 찾기 어렵다.

온통 연구소 형태의 하이테크 기업 일색이다.

국가에서 GDP(국내총생산)의 2.3%를 연구개발비로 지원할 정도로 하이테크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창업초기 단계에 투입되는 벤처캐피털 투자규모는 EU(유럽연합)내 전체
창업초기 투자액을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많다.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예이다.

여기에 기술인큐베이터제도와 공적 벤처캐피털펀드(요즈마벤처캐피털스)
제도가 창업 성장의 중심 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전역에 산재해있는 26개 인큐베이터에서 5백여개의 R&D프로젝트를
통해 벤처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정부가 설립한 요즈마가 93년 영업을 개시한 이후 2백여개의 벤처기업이
자금수혈을 하며 성장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하이테크산업국이 된 이 나라가 이제 전국토의
실리콘밸리화를 추구하면서 벤처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