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드림에도 그늘은 있다.

삼성SDS 미주사무소에 근무하는 에드워드 박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버클리의 집을 출발, 샌호제이 노스퍼스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사무실에
7시 30분이 돼야 도착한다.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45분이면 되던 출근시간이 두배로 늘었다.

특히 러시아워때면 101번과 880번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연출된다.

메트로폴리탄 교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교통체증은
기업들에 34억달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부과했다.

네트워크 업계의 거인인 시스코는 실리콘밸리에 새건물을 건축하며 교통
체증 유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천5백만달러를 도로확장 기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샌호제이에 있는 해외전용 창업보육센터인 IBI에 입주한 (주)만상의
서진규 해외영업부장은 거주할 아파트 값을 알아보곤 혀를 내둘렀다.

이곳 평균 집값은 올들어서만도 14%정도 올라 31만9천달러에 이른다.

아파트 렌트비도 지난해보다 20%나 솟구쳤다.

실리콘밸리가 92년부터 96년까지 5년간 12만5천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반면 집은 겨우 2만6천채 늘어난데 따른 것.

이에따라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프리먼트와 모건힐 등 집값이 싼 변두리로
집을 옮기는 추세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무실을 얻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업체인 백웹사는 사무실을 얻기까지 4개월동안 20명의
임직원이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무장한채 호텔 로비나 레스토랑을 전전해야만
했다.

"실리콘밸리의 교통체증과 부동산값 급등은 벤처사업의 비용으로 그대로
전가됩니다.

이곳에서 사업하기가 점점 어렵게 됐죠"(하이코테크 김진수 사장)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력의 부족현상.

이곳의 실업률은 전후 최저치인 3% 수준.

따라서 고임금의 프로그래머에서 시간당 9.4달러를 받는 경비에 이르기
까지 일손부족은 실리콘밸리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붐이 지속되면서 전문 경영인 구인난도 심화되고
있다.

창투사인 메이필드 펀드의 파트너인 빌 웅거씨는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을 구하기 어려워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전문경영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력알선 전문가인 데이비드 노살씨는 "연 매출 규모가 5천만~1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 잠재성을 갖춘 신생업체의 대표이사직에는 기본 연봉 20만~
30만달러 및 1백%의 보너스와 회사 지분의 2~10%에 해당하는 주식이 보장
돼야 한다"고 들려준다.

샌호제이에서 회계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케빈 차씨는 "이같은 고비용
사업구조가 실리콘밸리의 영화 속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벤처기업이 부동산 값 싸고 일손 구하기 쉬운 다른
주로 이전하는 현상이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