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가 경제의 주요 원동력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내는 물론 세계의
많은 지역들이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주도로 실리콘밸리를 모방해 부와
명예를 누려보려 애쓰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주정부가 앞장서 지난 85년부터 93년 사이에 세금으로
거둬들인 1천3백만달러를 76개의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 실리콘밸리의
성과를 재현하려 했으나 결국 94년 예산부족과 성공기업 부재탓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노스 캐롤라이나는 실리콘밸리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리서치 삼각지대
(RTP)" 조성에 3천5백만달러을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는 평가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아버지"인 터먼 교수가 벨연구소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사의 지원으로 실리콘밸리 모델을 뉴저지와 텍사스주에서 다시 일궈보려
했으나 실패한 것은 "제2의 실리콘밸리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보스턴 128번 도로지역 =실리콘밸리와 마찬가지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IT)과 하버드가 배출하는 우수한 두뇌와 DEC 왕컴퓨터 등 미니컴퓨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한 기업군과 정부의 지원이란 세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70,80년대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던 지역.

80년대초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시장을 일본회사들에 잠식당하자
실리콘밸리는 위기를 맞았고 동시에 보스턴 128가 지역의 미니컴퓨터 업체
들도 PC와 워크스테이션에 고객을 잠식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80년대 중반이후 실리콘밸리가 인텔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신생 벤처
기업의 잇단 성공으로 활력을 회복한 반면 보스턴 128은 침체 일로를 걸었다.


<> 영국 케임브리지 과학단지 =60년대말 케임브리지 대학의 실험실에서
독립한 3개의 회사로 시작해 대학내 사이언스 파크를 설립, 하이테크 기업
육성에 나서는 등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80년대 대처정부가 기업창업을 위한 자금을 풀면서 2백여개의 기업들이
새로 생기는 등 왕성한 활력을 보였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도가 낮은 영국의 풍토와 대기업
중심의 지원책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한 기업의 성장을 저해, 쇠퇴하게 됐다.


<> 독일 브레멘 테크노폴리스 =중세 조선업의 중심지였던 브레멘이
환경변화에 대응, 첨단 하이테크 집약지로 거듭나고 있다.

85년 브레멘 주정부가 출자한 브레멘주 경제진흥공사(WFG)의 주도와
브레멘 대학의 인재를 바탕으로 첨단기술형 기업을 유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브레멘대학의 테크놀로지 파크내에 창업보육센터 기능을 갖춘 브레멘
이노베이션 테크놀로지 센터(BITZ)를 브레멘 대학과 공동으로 설치,
중소기업의 첨단기업 태동에 기여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 MSC(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 =콸라룸푸르 센터와
프트라자야 사이버자야 신공항을 연결하는 4백65평방마일의 지역에 조성하는
멀티미디어 단지.

정부는 이 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MSC특별법"을 제정하고
단지내 회사들의 고용 및 소유에 대한 규제완화 및 10년간 법인세 유예,
내국기업에 대한 투자한도 폐지 등을 미끼로 적극적 기업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IBM의
루이스 거스너 등 세계 정보통신업계 거목 30여명으로 MSC투자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 4월 9백개 기업이 입주신청을 한 결과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 일본의 미쓰비시 NTT 스미모토, 독일의 지멘스 등
19개 외국기업과 10개 국내기업을 시범입주업체로 선정했다.

정부주도의 인위적 주도와 하드웨어 중심의 단순 조립공장 형태로 치우칠
가능성이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