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지구촌은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의 주제어는 ''경제''.

새시대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경제전쟁''의 승패에 달려있다.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패자가
될 경우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앞서 마감한 선진국들은 21세기에도 선진대열에
서기위해 뛰고 있다.

중간과 후미에 있는 국가들도 ''21세기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비장하다.

선.후진국 모두 한쪽에선 경제의 하드웨어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량을 위한 각종 행정.금융제도개혁의
나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일본 뉴질랜드 등 앞서 뛰는 나라들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를
바짝 따라온 나라들에 본사 기자들을 직접 파견, 이들이 어떻게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좌표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국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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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 김경식 특파원 ]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9월12일 제2기 내각출범 기자회견에서 "새내각의
첫째과제는 행정개혁등 6대과제를 본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3년간을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한 집중개혁 기간으로
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치 행정 경제 재정 교육등에서 추진중인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하시모토 개혁작업의 중간점수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정조직의 축소, 재정부담의 감축등을 통한 작은 정부의 실현과 일본판
빅뱅(금융대개혁)에 대비한 경제분야 개혁등이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분야개혁은 크게 재정구조 금융구조 산업구조의 개혁등으로 나눌수
있다.

먼저 재정구조개혁의 경우 오는 2003년도까지 중앙과 지방을 포함한
재정적자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억제하고 적자국채의 발행을
중단, 재정건전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98년도의 정부일반회계와 지방재정계획의 일반세출 신장률을
마이너스가 되게 하고 국민부담률을 50%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이다.

하시모토정부는 6대 개혁 가운데 처음으로 과제를 구체화시킨 이같은
재정구조개혁법안을 임시국회에 제출했다.

금융부문에서는 일본은행법을 개정, 대장성으로부터의 중앙은행 독립성을
대폭 강화했다.

외환업무 전면자유화, 주식위탁수수료의 단계적 자유화, 금융지주회사설립
허용, 부실채권의 정리작업등을 진행시키고 있다.

일본판 빅뱅에 대비한 금융산업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장성의 기능도 일단 축소하는데 성공했다.

대장성의 금융감독기능은 새로 신설되는 금융감독청에 넘어간다.

예산편성권을 포함, 경제정책전반에 대한 입안 기획기능은 내각부에
신설되는 경제자문위원회가 새로 맡게 된다.

국세청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정책에 관여할수 있는 권한도 "시장 안정성이 현저히 우려될 경우"로
제한된다.

하시모토 총리는 위기에서 연막을 펴고 총리를 자기편으로 믿게하는 전술로
이익집단의 반발과 저항을 물리치고 지금까지 개혁의 틀을 잡아왔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전처럼 저항하는 관료와 의원들을 무시하고는 개혁을 성공시킬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리 주변에는 개혁을 지원할 응원단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야마모토 유지(45) 자민당행정개혁추진본부 건설부회장대리는 지난달
25일 열린 중앙성청개편안 집중심의회에서 "지금대로라면 행혁법안은
부결된다.

우정3사업의 개편은 세론을 무시한 만행이다"며 목청을 높였다.

한 참석자는 "의회에서 대안을 마련, 의원입법으로 재편안을 국회에
제출하자"고 주장했다.

행정개혁추진본부가 마련한 1부12성청을 골격으로 하는 재편안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6대과제를 내걸고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돼 오던 하시모토 총리의
개혁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하고 있다.

행정개혁을 최대의 과제로 하는 제2기 하시모토 내각이 출범과 함께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행정개혁에 반발한 사례가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대장성에서 금융을 분리하기로 한 당초의 공약을 깨뜨렸을 때도 심하게
비판을 받았었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악재가 없었던 덕택에 그럭저럭 넘어갈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떤가.

종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치는 물론 경제쪽에서도 커다란 걸림돌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쪽에서는 미국 록히드항공사의 불법뇌물제공 스캔들로 유죄를 받은
전력에 대한 시비로 빚어진 사토 고코 총무청장관의 사퇴로 하시모토 총리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생겼다.

"강한 총리"를 원해온 국민들이 파벌간 야합의 정치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치 이헤이 농림수산장관도 건강을 이유로 또다시
물러나고 말았다.

경제쪽에서는 사정이 더욱 나쁘다.

3%에서 5%로 조정된 지난 4월1일의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영향이 예상외로
장기화하면서 내수가 장기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에 견인차역할을 하는 민간설비투자 또한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로인해 경기가 엔저에 따른 수출확대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제1기 하시모토정부를 뒷받침해줬던 경제가 오히려 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부처개편을 위한 행정개혁회의에서 "총리에게 강력한
힘을 줄 것"을 요청,이를 관철시켰다.

그후 하시모토 총리는 대장성의 금융행정일체화, 내각관방과 총무청의
총리직속화등 미묘한 사안을 자신의 의도대로 교통정리했다.

하시모토 총리가 개혁안 마련과정에서 보여준 이같은 정치력을 또다시
발휘, 전후 처음으로 21세기 일본의 청사진을 바꾸는 개혁작업을 성공시킬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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