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지금 지구촌은 ''새로운 시대''의
준비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1세기의 주제어는 ''경제''.

새시대를 주도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이 ''경제전쟁''의 승패에 달려있다.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한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도 패자가
될 경우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앞서 마감한 선진국들은 21세기에도 선진대열에
서기위해 뛰고 있다.

중간과 후미에 있는 국가들도 ''21세기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가 비장하다.

선.후진국 모두 한쪽에선 경제의 하드웨어인 인프라(사회간접자본)건설의
망치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량을 위한 각종 행정.금융제도개혁의
나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일본 뉴질랜드 등 앞서 뛰는 나라들과 동남아 중남미 등 우리를
바짝 따라온 나라들에 본사 기자들을 직접 파견, 이들이 어떻게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좌표도 찾을수 있을 것이다.

<국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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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콸라룸푸르.싱가포르 = 박재림 기자 ]

말레이시아 관문인 술탄 압둘 아지즈 샤 수방국제공항에서 콸라룸푸르(KL)
까지는 자동차로 30여분거리.

그 길에서 처음 통과하는 원형교차로 한가운데에 "비전(Vision)2020"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말레이시아의 비전은 오는 2020년까지 선진공업국의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장기적인 국가발전계획이다.

해마다 7%의 경제성장을 통해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마하티르총리는 말레이시아를 수렁에서
건진 지도자입니다.

과거 한국이 그렇듯이 외부에서 말레이시아의 발전을 기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의 기적이 아닙니다.

총리의 정책에 따라 국민들이 잘 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한
덕분입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SIS)의 자이날 아즈난 부소장은 국민들에게
마하티르의 권위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발전 안겨준 마하티르가 하는 일이기에 국민들은 2020년 비전의
달성에도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마하티르는 선진국진입을 향해 사회간접자본(SOC)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00년까지 5년동안에만 1백92억링기트(약65억달러)의
정부자금, 6백83억링기트(2백30억달러)의 민간자금이 대형국책사업에
투자된다.

마하티르의 국책사업중에서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단연
멀티미디어슈퍼코리더(MSC)프로젝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MSC는 한마디로 수도권일대를
첨단 정보화단지로 조성하는 작업이다.

멀티미디어개발공사(MDC)는 MSC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회사다.

"싱가포르와 경쟁을 벌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과 1년만에 1백12개사가 MSC지역에 입주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최첨단의 인프라와 행정서비스를 높이 평가한 것이지요"

하루에도 10여명의 외부손님을 치러야 한다는 모하메드 아리프 눈 국장
(최고경영담당자).

그는 10분단위로 하루일정이 빼곡히 입력된 전자수첩을 펼쳐보인다.

KL과 신국제공항까지의 폭15 길이50 지역은 정보화특별구역이 된다.

초당2.5기가비트의 전송속도를 가진 광케이블망이 깔리고 푸트라자야와
인텔리전트도시인 사이버자야는 행정서비스에서 학교 병원 쇼핑 비즈니스
레저.오락이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이버월드를 연출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정부는 이지역에 외국의 유수정보통신회사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최초로 사이버법(법)을 제정한 상태다.

"심사를 거쳐 "MSC기업"이란 자격을 받은 외국기업은 세관 건축 고용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정을 MDC를 통해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있습니다.

물론 외국인력을 자유롭게 들여올 수도 있고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들어와서 MSC가 제공하는 첨단인프라를
시험해보고 사용해(Test it, Use it)보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21세기의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하길 바랄 뿐입니다"

아리프 눈 국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외에도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 일본의
NTT등 "할아버지기업"이 입주키로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 "할아버지기업" 밑으로 수많은 "손자기업"들이 MSC를 활동기반으로
삼게 되면 이곳은 21세기에 가장 주목받는 정보발신지가 되는 것이다.

싱가포르로 들어가는 창이국제공항은 언제나 청결함과 편리함이 돋보이는
곳.

마하티르의 MSC도 싱가포르의 IT2000에 자극받은 감이 없지 않다.

IT2000은 2000년까지 국가전체를 정보화섬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키보드를 통해서 정보를 교환해가며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있는 전자도시
(Intelligent Island)의 구축은 올해까지 70만 가정을 컴퓨터로 연결하는
작업이 완료되면서 점점 현실감을 더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싱가포르항만청(PSA)은
싱가포르의 정보화 노정을 이끌어가는 최첨단기지다.

"싱가포르는 식수마저 50%를 외부에서 들여와 마셔야 하는 작은
나라입니다.

우리는 경쟁력을 갖기 위해 지역의 허브(Hub)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PSA의 제롬 옌카록 부장이 지적하는 "허브"는 싱가포르의 국가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키워드다.

IT2000도 공항 항만 금융부문에서의 허브란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화물트럭이 다다르면 자동시스템에 의해 단 45초만에 무게 목적지
종류별로 분류가 끝나고 게이트를 빠져나가게되는 항만이 있는 한 싱가포르는
언제나 동남아시아의 허브로 남게 된다.

일부에서는 MSC와 IT2000을 경쟁관계로 놓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두나라의 대답은 희망적이다.

"경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화시대의 경쟁은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닙니다.

상대의 정보화는 우리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21세기의 정보발진지를 향해 승수효과를 내며 변모해가는 말레이반도.

그것은 한발앞서 경제발전의 여정을 걸어왔다는 한국에도 경계의 대상이
아닐 수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