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새사옥 준공및 창간 33주년을 기념해 한국 PR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루머 실태와 대책 세미나"가 14일 오후 본사 다산홀
에서 기업체 관계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업루머가 어떻게 형성, 확산되는지와 루머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주제발표문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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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기업루머의 특성/현황 ]


한정호 < 한양대 교수 >


최근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고 문민정부 말기가 다가옴에 따라
루머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악화 부도 기업정리 정부로비등 루머의
양상도 매우 구체적이고 때로는 고의성이 엿보이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루머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선 안보적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북간의 첨예한 대립이 40여년간 지속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정서적 불안이
강해 루머가 자랄수 있는 토양이 형성됐다.

또 한국의 정치발전도 낙후돼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지배하고
있어 하의상달적 언로보다는 상의하달적 언로가 더욱 지배적이었다.

이와함께 공개적 논의보다는 특정 지배층의 비공개적 논의가 미래를 지배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기업이 정부와 정치권에 예속돼있어 루머가 상존할 가능성이
높은 풍토다.

루머가 한 사회의 문화적 산물이라면 이는 그 사회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제3공화국 시대에는 안보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정부주도로 경제
발전도 이뤄졌기 때문에 루머도 독재정권의 음모와 스캔들등이 주종을
이뤘다.

반면 5,6공화국 루머는 대체로 군사독재가 끝나간다는 희망의 가시적
표출로 보다 분출적이고 냉소적인 게 많았다.

대체로 신군부의 실책과 숙청, 차기정권구도와 대형비리및 스캔들에 대한
루머가 유난히 많았다.

반면 문민정부 1기 정권의 루머는 과거 정권시기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언론의 완전한 자유와 매스컴의 양적 팽창으로 과거와 같은 정권 핵심부로
부터 나오는 정보의 부재에 의한 루머보다는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가 도리어
루머의 원인이 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불황과 기업도산등이 루머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한보사태 이후 겉잡을 수 없이 나타난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정경유착
은 루머피해 차원을 넘어 정권 최대의 스캔들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루머의 대상도 경영이 불량한 특정기업으로 매우 구체화됐고 그 결과는
자금압박과 도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97년들어 7개월 사이에 28건의 부도발생 법정관리등에 관한 루머가
나돌았다.

부도발생 루머는 2월께부터 한보사태와 관련해서 갑자기 늘어났고 진로
기아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도 부도설에 휩싸이는 등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조회공시 내용의 사실성 여부를 분석해 보면 사실무근의 비율이 93년에는
63.9%, 94년에 64.9%, 95년에 66.6%, 96년에 50.9%를 보였다.

평균 62%정도로 나타났다.

97년들어 특수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기업의 부도 법정관리 회사정리에
관한 루머의 사실무근비율이 60%대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실제 경제사정이 악화됐고 기업의 부도가 현실로 나타났음을 말해
준다.

기업루머의 제1당사자는 기업이다.

기업루머의 대상 원천 피해자 모두 기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루머에 대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PR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쌍방균형모델의 PR가 확산되고 있다.

이 모델은 조직체가 공중의 수요와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이를 바탕
으로 실제 기업의 모든 것(인사 조직 제품 커뮤니케이션등)을 변화사키고
수렴시키는 모델이다.

이런 모델의 채택이 루머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한다.

최근 기업들이 IR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며
쌍방향 균형모델적 PR도 어느정도 도입되고 있어 기업루머 불식에 좋은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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