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용화.

폴크스바겐이 내년말 목표로 대대적으로 추진중인 이 작업은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플랫폼은 차량의 기본골격인 보디(Body)에 해당된다.

주력모델인 골프와 콤팩트 카인 폴로는 플랫폼이 다르다.

그런데 폴크스바겐은 그룹내 4개메이커에서 갖고 있는 16개의 플랫폼을
4개로 줄인다는 혁신적인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폴로모델과 세아트사의 이비자, 스코다사의 페리시아를 동일
플랫폼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폴크스바겐의 "기둥"인 골프는 아우디의 소형모델 A3, 스코다의
옥타비아, 세아트의 톨레도와 플랫폼을 같이 사용한다.

이같은 플랫폼 공용화로 얻게 되는 효과는 비용절감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판된 골프IV의 대당 제조시간은 8시간, 미국 MIT대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자동차조립 최단시간은 일본 도요타사의 12시간
이었으나 폴크스바겐은 무려 4시간을 더 단축시킨 셈이다.

이 회사는 골프의 조립시간을 "II"모델 44시간, "III"모델 30시간에서
이번에는 8시간으로 줄임으로써 50%에 가까운 비용절감효과를 거뒀다.

비용절감은 곧바로 가격인하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골프 새 모델의 판매가는 2만5천마르크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기존모델(III)의 판매가 2만6천60마르크에 비해 싸다는 얘기다.

새로 적용된 사이드 에어백,운전자의 몸무게차이에 따라 자동조절되는
운전대와 운전석 등이 기본으로 장착됐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새모델
구입으로 얻게 되는 혜택은 1천5백마르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로버트 부셀호퍼 마케팅담당이사는 "뉴 골프의 타깃은 없다"고
밝혔다.

모든 계층의 소비자를 고객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플랫폼 공용화는 어쩌면 메이커간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

독일 드레스너은행의 자동차분석가들은 경쟁력 향상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플랫폼 공용화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플랫폼 수를 줄이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모델들을 내놓을 수 없다는게
문제다.

내용은 같고 외관만 바꾼 모델을 선보이면 요즘 소비자들은 금세
알아차린다.

새로운 형태의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다보면 기술개발도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크스바겐의 혁신적인 플랫폼 공용화는 성공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완성의 작품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