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해외투자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광활한 시장과 값싼 임금을 찾아 중소기업들이 5대양 6대주로 떠나면서
투자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지난 6월말까지 해외에 투자한 실적은
잔액기준으로 4천7백56건에 39억8천2백만달러.

우리기업들의 총해외투자실적 7천2백32건 1백51억5천6백만달러중 금액으로는
26.7%, 건수로는 65.7%를 차지한다.

91년만 해도 중소기업 투자액은 7백36건에 4억8천5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전체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당시엔 금액으론 14.6%, 건수로는 44.7%에
그쳤었다.

불과 5년반사이에 금액은 8배이상, 건수로는 6배이상 각각 늘었다.

날로 치솟는 임금과 불황에 맥못추는 국내경기와는 달리 해외시장은 넓어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단위 등으로 나서는 해외투자개척단
에는 관심있는 중소기업인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수는 80년대 후반부터, 절대액수는 93년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여기에 발맞춰 정부는 지난 94년에 "해외직접 투자지침"을 개정, 14종의
제한업종을 제외한 나머지분야는 투자를 자유화했다.

또 해외부동산 투자범위를 확대하고 외국환은행 인증제도 도입, 해외투자
신고및 허가대상금액 확대, 심사및 제출서류 간소화등 해외투자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등 보조를 맞춰왔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동기는 해외시장의 안정적인 확보나 외국의 저렴한
생산요소및 자원확보 외에도 선진기술습득 시장정보획득 등으로 다양하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업종을 해외에서 되살리는 경우도 있고 사업전환
이나 다각화, 유휴설비를 이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비닐쇼핑백공장을 경영하던 보폴리스토어의 경우 과당경쟁
과 임금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지난 83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합작투자형태로 진출,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자본금 20만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는 지금은 총자산이 1백20만달러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지난 95년 미국에 두부공장을 건설한 풀무원의 경우 면류등 가공식품위주로
미국 교민시장에 수출하다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 수출상품에 고민하던 끝에 투자진출로 결정한 케이스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해외투자에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해외에 투자할수 있는 업종이 다양하고 소규모의 분산적인 해외투자로
투자효율성을 높일수 있다.

또 대기업과는 달리 신속한 의사결정과 현지환경변화에 기민한 대처를 할수
있어 경영합리화가 가능하고 투자대상국의 민족감정이나 저항이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예로 지난 93년 베트남에서 컴퓨터와 타자기용리본 팩스용지 등을 생산
하기 시작한 선버드사를 들수 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컴퓨터 프린터와 리본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판도가
변화하면서 이미 잉크젯이나 레이저프린터가 사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파악
하지 못하고 주력상품인 나일론이나 필름리본에 매달려 매출이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당시 이범 지사장은 94년들어서자마자 3백21명의 종업원중 1백20명의 정예
숙련공만 남기고 대량 감원을 단행하고 새 운영 예산안을 작성,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했다.

이렇게 해서 95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이제는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추게됐다.

지난 92년 한국세라믹이란 이름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도자기의 경우
납기일을 지키기 위해 수시로 야근을 해준 현지인들의 적극적인 근무의욕
덕분에 연간 2천만달러이상의 매출액을 거두고 있다.

물론 전체종업원의 50%가량을 국내 본사에 파견, 단기연수를 시키고 봉급도
다른 제조업체보다 더 많이 지급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한국인 경영자에
대한 반감따위가 개입됐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와 북미지역에 편중돼 있고
평균투자액은 60만달러정도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잔존투자기준으로 전체 중소기업 해외투자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 80%가, 북미지역에 10.7%가 각각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상대국의 시장정보 획득이 쉽지 않고 현지파트너 선정이나 노사관계
기능인력 확보 등이 국내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투자관련 법규이해나 현지금융조달여건 현지정부와의 교섭능력 등도
해외투자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애로사항들이다.

현재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투자지원제도로는 한국수출입은행과 외국환은행의
각종 해외투자자금및 해외투융자자금등이 있고 해외투자손실 준비금제도
외국납부세액의제제도 등 다양한 조세지원제도가 있다.

이외에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에 투자
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해외공관 등에
설치된 해외투자애로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내용을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등
현장밀착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비교열위산업의 해외진출지원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해외교포
의 현지기업을 활용한 해외투자촉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진출방안
등 다양한 중소기업 해외진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