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석 <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

요즈음 토지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만성적으로 부족되어온 주택 및
공업용지 수요를 충족하고자 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이 토지이용과 거래에 가해졌던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80년대 중반 부동산투기로 인한 지가 상승을 억제하고
가수요를 방지하여 실수요자의 토지유효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건설교통부장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그 구역내
일정규모이상의 토지에 대해서는 매수자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얻어야만 거래가 가능한 제도이다.

투기성있는 거래를 방지하고 지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들이 토지를 선매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시행이후 여러가지의 비판적인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너무 광대하고(전국토의 35.5%), 토지이용에 관련된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토지공개념관련제도, 부동산실명제, 토지기록전산화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강구되어 토지거래허가제 도입당시에 비하여 부동산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여건이 현저히 개선되었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는 불필요
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사회에 부동산투기가 잠재되어 있어서 언제라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제도는 실수요자의 토지취득을 제한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토지정책여건을 수용하면서 고유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토지의 원활한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실수요자에게 불필요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운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허가구역은 사유재산권 침해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적정범위
내에서 지정되어야 하고 투기나 지가상승이 없을 때는 즉시 해제하는 등
탄력적 운용이 요구된다.

일단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사항이 보다 엄격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거래허가제와 아울러 농지취득자격증명제, 외국인 토지취득허가제,
검인제도 등과 같이 토지거래에 대한 규제적 성격을 갖는 제도가 일부 용도
지역에서는 중복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가급적 이들을 통폐합하거나
의제하도록 하여 매수자가 이중허가를 받지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매매
절차를 밟고 개발사업인가후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의 위험부담
이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개별적으로 주택건설 또는 공장설립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할 경우 이러한 위험부담때문에 실제로 토지를 매입
하지 않고 편법으로 가계약을 체결하여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사업인허가를
취득한 후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본계약을 체결하는 이중적인 매매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토지거래허가여부를 사업승인과
연계하여 동시에 결정하되 사후에 토지이용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행
여부확인과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토지매입후 일정기간 안에 토지이용계획서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해당 토지를 매각토록 한다.

매각지시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이와 병행하여
지방자치단체, 농어촌진흥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취득가격에 보유기간의
정기예금이자율과 공시지가 상승률중 낮은 것을 적용하여 강제 매입토록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인 토지거래계약의 체결에 이르는 동안 지가상승 등
주변여건의 변화를 악용한 토지소유자의 고가매입강요, 토지거래허가를 얻지
못하여 은행담보 등 명의이전에 따른 재산권의 행사가 불가능하였던 것과
같은 이중매매로 인한 폐해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