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부상. 예열. 그리고 출발. 반경 60m의 곡선구간에서 약간의
떨림과 잡음. 직선구간에 접어들면서 가속. 시속 30km.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를 때 나는 듯한 소음이 인버터(전기변환장치)에서 발생. 평균 2mm 정도의
미세한 상하진동"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개발사업단 조흥제(47)박사의 머릿속은 복잡
하다.

김인근 단장을 정점으로 국산화율 99%의 자기부상열차(UTM-01) 주행시험을
수행하기 벌써 몇개월째.

부상력이 떨어져 주행중 선로에 주저앉는 경우는 줄었지만 아직은 하얀
실꾸러미에 감아 운전석 위에 매단 북어를 내려놓을 정도의 "만사 OK"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달말로 예정된 공개주행시험 날짜는 다가오고..

그러나 꺼칠한 턱수염과 깊은 눈의 그의 얼굴에는 걱정끼를 찾아 볼 수
없다.

12명의 사업단원과 참여기업 전문가들이 똘똘뭉쳐 지금까지 쏟아온 정성은
결국 실용화까지의 "멋진 성공"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박사가 자기부상열차개발사업에 참여한 때는 연세대와 미국 RPI대
(기계공학)를 거쳐 기계연에 발을 들여논 지난 91년부터.

부상, 추진, 전력, 궤도 등 각 시스템의 시험평가를 맡아 씨름했다.

시스템별 성능, 효율, 설계 등의 적절성을 샅샅이 따졌다.

돌출된 문제점을 토대로 최적 디자인방안을 제시하고 개선된 시스템의
재시험을 거듭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꼼꼼함으로 참여기업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눈짓만으로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한몸이 됐다.

"99%도 안됩니다. 1백%여야만 하지요.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지만 해낼수
있습니다. 3~4년정도만 더 연구하면 목표했던 최고시속 1백10km의 자기부상
열차를 실용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희망했다.

실용화단계의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어도 실제 운행할 수 있는 선로가
없이는 위력을 선보일수 없는데 아직 계획조차 없다.

그에게는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다.

"결국은 잘 될 것"이란 생각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금 맡고 있는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이제까지 그래왔다.

길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고 만약 막다른 길이라면 새로 뚫으면 되지
않느냐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