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독일경제와 타산지석 ]]

김영윤 <민족통일연 연구위원>

90년 7월의 동.서독 경제통합은 지난 40년 이상 동독체제가 서독과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뤄졌다.

또 사회주의경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사전검토가 충분치 않아 많은 후유증을 가져왔다.

첫째 동독 화폐가치의 비적정 평가가 가져다준 동독경제의 타격이다.

통합직전 동독의 경제규모는 서독의 12%, 노동생산성은 서독의 4분의
1정도였다.

그러나 화폐의 실질가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1대1 화폐통합은
동독경제를 일시적으로 평가절상시켰다.

임금상승이 동독제품의 생산가를 높였으며 제품생산에 대한 국가보조금
폐지가 동독제품의 가격을 더욱 인상시켰다.

높아진 동독주민의 소득은 서독제품의 집중 소비로 나타났으며 동독제품의
수요감소는 다시 생산감소로 이어졌다.

생산감소와 노동생산성의 하락은 마침내 기업의 파산을 몰고왔다.

둘째 통합조약에 따른 재산권의 원소유자 반환은 동독지역의 투자를
지연시켰다.

재산권의 불명확성과 토지의 보상기준 마련에도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소요돼 동독지역의 민간투자와 자본이전을 어렵게 만들었다.

셋째 구동독 기업의 민영화는 인수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단위 일자리당 노동자가 초과 점유돼있는 상태에서 근로자를 감축하지
않고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었기 때문에 민영화 과정에서의 대량실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아직도 18%를 상회하는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독일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이다.

넷째 각종 사회보장제도 지원과 사회간접자본시설 구축, 동독지역의
환경정화, 소련군 철수, 동독의 부채의무이행에 따른 독일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은 통일비용 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시키지 못했다.

독일의 경제통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독경제가 급진적인 전환에 의해 강요된 형태를 띰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던 만큼 남북한간의 경제통합은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체제로 먼저 전환하고 경제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된 후 화폐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국영기업 사유화의 경우 전체기업을 민영화해 단시일내 경쟁력있는
기업만 존속할 수 있게 하기에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때문에 북한기업의 민영화시 기업의 존속여부를 지나치게 시장경제원리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독일통일의 후유증은 동독의 실질 경제력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한데서
그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실질 경제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통일비용 조달과 관련, 독일은 국민적 합의와 호응을 도출시키지
못했다.

남북한의 경우에는 통일비용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추진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구동독의 경제질서는 위로부터 일시에 전환됐으나 사회질서는
통일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존속됐기 때문에 동독주민들이 새로운
가치판단이나 행동양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통일후 북한주민의 경제활동에 대한 기본인식이 신속히 전환될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시민교육의 내용과 그 운용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