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천2백억달러에서 최대 2조5천억달러까지'' 이른바 ''통일비용''에
대한 추정치다.

액수만큼이나 편차도 엄청나다.

통일비용을 얼마로 잡느냐는 문제와 관계없이 통일비용은 한국경제에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통일에 따른 경제적 혼란과 손실을 우려, 통일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통일비용보다는 "분단비용"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용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는
통일이 가져다줄 "이익"을 간과하기 쉽다.

특히 분단비용에는 단순히 물질적인 부문외에도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인 고통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단비용은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즉 분단비용에 비하면 통일비용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분단된 한반도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각축장으로 전락, 민족의 장래가 비관적일 수도 있다.

통일비용은 우리가 대비하기에 따라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비용문제를 걱정하기보다는 통일실현을 전제로 한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통일비용 문제는 최근의 통일논의에서 가장 핵심사항이다.

통일비용과 관련된 연구는 활발하지만 학자들마다 추정치는 다르다.

이는 "어디까지를 통일비용으로 볼 것인가"라는 비용의 범위에 대한
개념정의가 학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통일비용이란 일반적으로 "통일이후 남북한간 경제력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통일후 남한이 북한에 지원할 "경제적 지출"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통일비용을 통일직후 북한의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북한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요구되는 단기적인 "위기관리비용"과 북한을
자본주의체제로 전환시키 위한 "체제전환비용"에만 한정할 경우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반면 북한경제를 재건하고 생활수준을 남한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드는
비용까지로 할 경우 그 액수는 엄청날 것이다.

전자가 보다 현실적인 통일비용개념이라면 후자는 다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비용에 대한 재원조달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점은 시기 문제다.

즉 "통일기금"의 사전조성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다.

사전조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통일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그만한 규모의 재원은 일시에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사전조성된 기금은 특정사업에 투융자 혹은 대출
등의 형태로 운용될 것이기 때문에 필요시점에 즉시회수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 산업구조조정과 국제경쟁력제고 기술개발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할
한국경제의 상황에 비추어 사전 기금조성은 엄청난 기회비용 손실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통일 실현시 재원조달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통일세"신설 등을
통한 "조세증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세증가는 일단 국민의 조세부담 능력에 의해 제한받는다.

사회보장세를 제외한 지난 95년의 조세부담률은 20.6%(예산기준)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통일비용 조달과 관련,남한경제의 조세부담률을 국민총생산(GNP)기준
2~3% 이상 추가로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국공채발행"을 통한 재원조달.

95년 현재 정부의 공채의존도가 세출예산대비 17%,G NP대비 14.4%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재정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공채의존도를
GNP대비 1~2%정도 증가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낙후된 국내 채권시장을 감안한다면 과연 이 정도의 채권발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채권발행은 이자율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경제성장률저하로 이어져 조세수입 감소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세번째로 차관 등 "해외자본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이 역시 현재 남한정부의 외채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세가지 방안을 적절히 조합, 통일비용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일비용마련을 위한 최상의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통일
실현시 재원조달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여건들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완화하는 한편 국공채시장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특히 대부분 "끼워팔기"형식으로 이뤄지고 이자율도 매우 낮은 현재와
같은 국공채시장여건하에서는 통일비용 재원조달을 위한 국공채발행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와함께 경제 대외신용도제고를 통해 해외자본차입 여건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수지 및 재정수지적자의 감축 등 경제 각 분야에서
경제의 건전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통일비용절감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북한경제의 활성화와 통일의
방식 및 시기다.

북한경제가 개혁.개방을 통해 활성화될수록 통일비용은 줄어든다.

또 점진적 평화적으로 사회 경제적인 통합을 추진할 경우 비용이 덜 들
것이다.

결국 통일비용절감은 남한경제의 건실화와 북한경제의 활성화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는 통일이라는 "장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한경제의
"당면현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경제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남북경협 강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북한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남한경제의 건실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통일비용 절감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남북경협 활성화라는 얘기다.

따라서 통일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통일은 어차피 우리에게
닥쳐올 현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면 통일은 "위기"가 아닌 더 큰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