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역시 "경제대통령"을 원했다.

극심하게 위축된 체감성장,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 연이은 부도사태 등
최악의 경제상황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선택은 단연 경제회생의 능력을 갖춘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임을 확실히 했다.

더군다나 시대흐름에 역행하더라도 과거 개발연대에서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는 모습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한편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에게 한표를 기꺼이 던지겠다는 다짐에도
불구,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어 대비
된다.

본사가 새사옥 준공과 창간 33주년을 맞아 대우경제연구소(소장 이한구)와
공동으로 전국(제주도 제외)의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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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전반에 대한 평가 >>

<> 경제사정 =국민 대다수는 지난 5년간 현 정부 집권동안 우리경제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나빠졌다"(82.5%)고 평가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중 과반수를 훨씬 웃도는 63.4%는 "크게 악화됐다"고
진단해 현정부의 경제운용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달라진게 없다"는 응답 또한 15.5%를 차지했다.

반면 "좋아졌다"는 견해는 극소수에 불과한 2.0%에 머물렀다.

이같은 부정적 시각은 자영업자와 고학력층, 고소득층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자영업을 영위하는 응답자의 경우 89.0%가 경제사정이 "악화됐다"고 평가,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자영업자의 72.8%는 현정부동안 경제사정이 "크게 나빠졌다"고 응답,
특히 두드러진 불만을 표시했다.

경제사정을 그나마 호의적으로 평가한 농림수산업 종사자의 경우에도
"좋아졌다"는 견해는 5.6%에 그쳤다.

또 대졸이상의 고학력자 사이에서도 "경제악화"(88.2%)라는 시각이 지배적
이었다.

<> 경제악화 원인 =국민 대다수는 최근의 경제 추락을 정부의 실정 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정책의 실패"라는 견해가 무려 49.5%를 차지한 것이다.

"정치권의 불안"을 지적한 응답자도 26.4%나 됐다.

반면 정부가 그동안 우리경제의 폐해라고 지적해온 "국민의 과소비"
(11.4%)나 "방만한 기업경영"(4.7%)이 경제악화 원인이라는 지적은 많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이밖에 "해외경기 불황"이나 "노사 갈등" 때문이라는 의견은 각각 4.6%와
3.3%에 불과했다.

경제악화의 원죄가 정부에 있다는 견해는 고학력자와 고소득층,
젊은 층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고졸이상 학력자의 52.0%와 대졸이상의 58.3%가 최근 경제 악화는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대학생들은 "국민적 과소비"(11.1%)보다는 "방만한 기업경영"(13.9%)을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 3백만원이상층에서도 이같은 견해가 59.2%나 됐다.

또 20대와 30대에서도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견해가 각각 51.8%와 58.4%에
달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응답자의 57.1%가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 경제난의 책임소재 =경제악화의 원인이 정부정책의 잘못이라는 진단과
함께 그 책임도 단연 "경제관료와 대통령"을 지목됐다.

국민들 사이에는 경제악화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경제관료 책임론(35.4%)과
대통령 책임론(33.7%)이 혼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의 원인이 정부의 실정으로 빚어진 만큼 대통령과 경제각료가 의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게 국민들의 진단이다.

이외에도 책임소재와 관련, "국민들 자신"(12.5%)이라거나 "국회의원"
(10.9%)이라는 책임론도 제시됐다.

반면 "대기업"(6.4%)이나 "노동조합"(0.5%)에 경제악화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은 적었다.

거주지역별로는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대통령보다 경제관료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견해가 많은 반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지역과 충청도에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지역의 경우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19.2%로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고 "경제관료"를 지목하는 견해는 46.2%나 됐다.

경남지역에서는 "경제관료"(29.9%) "대통령"(20.9%) "국회의원"(17.9%)에
이어 "대기업"에 책임을 묻는 응답자가 14.9%를 차지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응답자의 58.6%가 "대통령"에게 경제가 악화된 책임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지역에서도 이같은 응답자가 45.2%로 평균치보다 훨씬 많았다.

전남지역에서는 책임소재가 "대통령"(46.2%)과 "경제관료"(48.7%)에게
있다는 견해가 타지역에 비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40대에서는 대통령보다 경제관료를 지목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50대와 60대이상에서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특히 60대의 경우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50.5%를 차지했다.

학력별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졸업자의 경우 각각 46%가량이 대통령에게
보다 많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반면 고교졸업자 이상에서는 경제관료를
더 많이 지목했다.

한편 농림수산업 종사자의 경우 대통령과 경제관료라는 응답이 각각 49.1%와
26.3%였으며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각각 39.0%와 36.4%를 나타냈다.

특히 가정주부의 경우 "중소기업"에 경제악화의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39.8%로 대통령(31.5%) 국회의원(12.7%)보다 많았다.

"경제관료"라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또 생산.서비스종사자 사이에서는 "경제관료"를 지목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으며 "대통령"과 "중소기업"이 각각 31.8%로 가장 많았다.

<> 향후 전망 =누가 차기대통령이 되든지간에 국민들 사이에는 향후 경제
사정에 대해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2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인 46.7%는 경제
악화를 점쳤다.

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37.4%에 머물렀다.

한편 "지지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만 경제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조건부
낙관론은 15.6%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회생이 지지후보의 당락으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집권자
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광주 전북 경남지역에서 "무조건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48.1%,53.5%와 50.0%나 됐다.

"누가 당선되든 무조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는 대전이 75.0%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지역에서도 54.8%로 나타났다.

<< 김영삼 대통령의 경제분야 국정수행 평가 >>

<> 잘한 점 =국민들은 가장 잘 해결한 경제문제로 "금융정책"(19.4%)을
꼽았다.

이는 올해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발족, 금융부문의 새로운 틀을 마련한
금융개혁위원회의 개혁노력과 금융자유화 등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행정규제완화"(15.0%)와 "부동산정책"(14.1%)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노사문제"(6.2%)와 "중소기업 육성"(6.0%), "사회복지"(5.9%) 등을
들었다.

반면 잘한 분야가 "없다"는 견해가 무려 18.3%에 달하는데다 두드러지게
손에 꼽는 분야가 없어 김영삼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40대(20.2%)와 국졸자(36.6%) 농림수산업 종사자(32.6%)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잘한 분야가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 잘못한 점 ="물가불안"(32.9%)과 "경제성장 저하"(24.8%)라는 지적이
단연 우세했다.

현정부 출범이후 줄곧 물가상승률이 한자릿수를 유지했음에도 국민의 3명중
1명이 물가안정에 실패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은 주목된다.

수치상의 물가와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장바구니물가 사이에 상당한 격차
가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또 90년대들어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도 현정부가 극복하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밖에 "실업문제"(8.0%) "중소기업 육성"(7.6%) "노사문제"(5.3%) 등도
김영삼 대통령이 제대로 풀지 못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경제정책중 가장 잘한 분야로 꼽힌 "금융정책"이 잘못한 분야라는
평가도 8.4%나 되는 등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