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란이 시작됐다.

30대그룹중에서 가장 먼저 원서접수를 마감한 한화그룹은 4백50명 선발에
총 1만5천명이 몰려들어 경쟁률이 무려 33.3대 1을 기록했다.

현대 삼성 등 20일께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대그룹에서는
올해 유례없이 높은 입사경쟁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극심한 입사경쟁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 하반기
대졸사원 채용인원을 축소하거나 동결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을 모두 합쳐봐도 올 하반기 일자리는 8만을 조금
웃도는 선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30대그룹중 채용인원을 늘려 뽑는 그룹은 현대 두산 등 6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 2월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희망자(군입대자 유학생
대학원진학자 제외)는 약 17만2천명.

여기에 취업 재수생 12만5천명과 임시직 계약직 등 대졸학력의 잠재실업자
2만여명을 합치면 취업 희망자수는 31만7천명으로 불어난다.

24만여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매년 60%를 넘어서던 대졸자취업률이 올 하반기에는 50% 이하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연세대학교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4년제 대학졸업자의 취업 경쟁률은
작년도 3대 1에서 올 하반기 4대1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올해 대졸
취업률은 고용불안이 심했던 지난 80년이후 17년만에 최저기록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전선이 "쾌청"한 업종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 반도체 건설 유통 등의 일부업종에서는 올하반기 신입사원을
늘려 뽑는 업체도 꽤 있다.

반도체 3사는 내년초부터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살아난다는 판단아래
공격적인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각각 1백%, 60%씩 늘려뽑기로 했으며 삼성 전자부문
소그룹도 확대충원을 검토중이다.

유망시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관련 업종중에도 20~30%씩 채용인원을 확대
하는 업체들이 많으며 유통업계도 매장이 꾸준히 확대추세에 있어 인력수요
가 많은 업종이다.

건설업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해외시장 활성화 등이 예상됨에
따라 올 하반기 채용규모를 확대했다.

현대건설 33%, 삼성물산 건설부문 40%, 선경건설 18%, 현대산업개발 35%,
청구 16%씩 각각 채용인원을 늘린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목학과와 건축학과 등 공대출신이어서 인문계열 출신
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렇게 호황업종을 찾는 방법과 함께 "틈새시장 공략"도 전문가들이 추천
하는 올해의 취업전략이다.

경기불황으로 기업마다 "몸집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판에 대기업들의
신규채용만 바라보다가는 실업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외국인업체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향
대전환"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경우 신규인력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다.

취업전문기관 리크루트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벤처기업들의 업체당 평균
채용인원은 20~30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유망벤처기업의 경우 대졸자 초임이 연봉기준으로 2천2백만원을
넘는데다 평균으로도 1천5백만원 전후로 대기업에 크게 떨어지지 않아
도전해 볼 만하다.

조직이 비대하고 경직된 대기업과는 달리 유연성을 무기로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이들 기업은 신규인원을 꾸준히 늘려 뽑는데다 능력을 발휘할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외국계기업도 공략해 볼만하다.

개방화 추세에 맞춰 국내에 새로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인력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IBM 한국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들중에는 지난해보다 20~30%씩 대졸자를
늘려 뽑는 경우도 꽤 많다.

이들 틈새시장의 공통점은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을 통해 신규인원을 충당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채용정보를 수시로 체크하고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망에 이력서를
띄워 놓거나 회사에 취업희망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