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용의 눈물"이라는 사극을 보노라면 그시대 권력의
중심부 또는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내면 속에 숨겨진 미움 질투 음모
등의 행태가 마치 요사이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의 묘들이 다 서울 근교에 허망하게도
덩그러니 놓여있다.

또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쓴 스티븐 코비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만일 당신들이 단 1학기 밖에 살수 없다면 어떻게
살겠는가"라는 실습 숙제를 냈다 한다.

그런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그때까지 깨닫지 못한 삶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부모들에게 편지를 쓰고는 그들이 얼마나 부모님을 사랑하고
감사하는지를 얘기하며 친구들에게 그동안의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등
지금까지 느끼거나 행하지 못했던 것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듯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가장 허망함을 느끼는 가운데 깨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권력을 위해 온갖 추악한 짓을 한 사람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들의 묘비 앞에 서보면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권력이나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미모 같은 것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진정한 가치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허망함 뒤에 크게 깨우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가치의 혼돈 속에 파묻힌 것 같다.

인텔리이고 더군다나 임신중인 여인이 어린이를 유괴, 살인을 하는가 하면
시골 농토에는 온갖 쓰레기가 불법 매립되고 있으며 경제계는 깊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질서가 태어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러한 허망함과 가치의 혼돈이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이 그득한 내일은 생각만 해도 부자가 되는 듯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