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폐기물의 불법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은 정권말기의
행정누수와 사회적 기강해이를 반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수 있다.

지난 9월 한달동안 폐기물 불법투기로 적발된 건수가 2천6백39건에
달한다는 경찰청의 통계만 봐도 불법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

폐기물투기의 유형을 보면 상수원보호지역에 쓰레기를 무더기로 버리는가
하면 야간을 이용해 아파트단지 인근에 까지 산업폐기물을 버리거나
불법매립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악랄해지고 있다.

심지어 며칠전에는 서울 한강 고수부지에 산업쓰레기를 불법매립한 사실이
적발됐고, 경기도 부천 신도시내 나대지에 1만5천t의 폐기물이 대량으로
불법 매립된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 쓰레기 불법투기가 국회차원의
문제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폐기물의 불법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도시환경 정비와
재개발및 재건축사업 등으로 건설폐기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단속이 느슨한 데다 재활용사업이 부진하고 합법적인
처리에 따르는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재활용 폐기물이 산업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야적장과 창고에서 썩고 있는 현상도 큰 문제다.

재고가 쌓임에 따라 재활용폐기물의 가격이 2년새 60%나 떨어져 수거업체가
수거를 기피함으로써 막대한 인력과 장비를 들여 분리 수거한 재활용품이
오히려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의 성행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크다.

법원이 환경사범을 엄중하게 다루기 보다는 관대한 처벌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96년 5년동안 환경관련법 위반자들의 1심판결 내용을 보면
총처리인 5천1백23명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4%에 불과하고 31.4%가
집행유예, 55.3%가 벌금형을, 나머지는 선고유예 등으로 모두 석방됐다.

특히 폐기물관리법은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폐기물관리법상 하천 도로 등에 버렸을 경우 기껏 최고 1백만원의
과태료를, 상수원보호구역에 버렸을 경우 최고 2백만원을 물면 된다.

막대한 폐기물처리비용을 생각할 때 어느 사업주든 한번쯤 불법처리의
유혹을 받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제 쓰레기 불법투기문제는 계도위주의 단속으로 해결될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처벌위주의 단속으로 바꿔 법정최고형으로 형사처벌하는 등 초강경
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원재활용 사업자들의 영세성도 문제다.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양사가 경기도 시흥에 재활용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매년 30억원씩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처럼 처리업체들의 도산과 부실운영이 다반사인 상황에서는 폐기물의
안정적 합법적 처리는 요원할 뿐이다.

궁극적으로 재활용사업을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선진국처럼 대부분의
건축폐기물까지도 자원화 하지 않는한 폐기물의 불법투기는 근절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