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이유로 슈퍼301조를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해
발동하는가 하면 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대장균이 검출된 것과 관련,
우리측 검사를 불신하고 재검사를 요구하는 등의 상식을 벗어난 반응을
보인 미국에 대해 우리는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합리를 중시하는 나라라고 생각해온 종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같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한.미 자동차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하면서까지 원만한 타결을
시도했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그럼에도 미국측이 우리 대표단이 약속하기 어려운 관세인하와 자동차
세율의 구조변경 등에 대한 보장을 고집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슈퍼301조의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더구나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관세인하와 자동차세율 개편은 국제관행은
물론 논리에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자국업계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다분히 강압적이고 내정간섭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

유럽수준보다 낮은 자동차관세를 미국수준으로 낮추라는 것도 그렇고,
내외국산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누진적 자동차 세율구조를 뜯어 고치라는
것은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입장이 바뀌어 이같은 주장을 우리가 했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은
이를 수용했을 것인지 반문해 보고 싶다.

물론 슈퍼301조가 발동되긴 했지만 무역보복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최장
18개월의 협상을 거치도록 돼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미국 뿐아니라
한국정부도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원만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것을 어느쪽도 원치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좀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가 연간
1백20억달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흑자를 시현하고 있으면서 억지논리까지 동원해
개방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O-157균 검출과 관련, 당장 대미 쇠고기수입을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일반국민들의 정서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도 앞으로의 협상에 최대한 성의껏 임하되 보다 확고한 원칙을
갖고 대처해나가야 한다.

국제관행이나 관례에 어긋나는 것은 신속히 시정하되 그렇지 않은 것은
끝까지 지켜내는 당당함도 보여주어야 한다.

우선 미국을 최대한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겠지만 그래도 안될
경우 WTO제소 등을 통해 미국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이 국제법상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법률검토에서부터 앞으로 예상되는 보복조치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전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