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대치해 있는 우리에겐 독일 통일의 경험과 의미는 항상 남다르다.

때맞춰 창립20주년을 맞는 한독경상학회가 1일 신라호텔에서 "세계경제질서
의 변화와 한국과 독일의 대응"이라는 주제아래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은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자리에서는 <>통일후 북한의 토지소유권처리방안 <>통일독일의 농업
정책과 그 시사점 <>시장의 세계화 관점에서 본 독일통일의 경험등 다채로운
주제가 다루어졌다.

심포지엄의 주요내용을 정리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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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대아시아 새전략'' 추진배경 ]]]

박성훈 < 고려대 교수 >

유럽연합(EU)은 1994년 7월 아시아지역으로의 시장진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개념과 정책의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아시아 신전략" 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이를 전후하여 한국(93년 8월), 중국(95년 3월), 일본(95년
5월), 아세안(96년 6월)등 아시아의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관계강화에 관한
국가별로 이를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아시아와의 협력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EU가 90년대 초반 이후 아시아로의 접근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는
다음과 같은 대내외적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EU의 내부적 요인으로서는 EU가 80년대 중반부터 1993년초의 유럽
단일시장 출범에 이르는 기간 중에는 회원국의 실물경제 분야의 통합완료
라는 최우선 정책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1993년초 유럽공동시장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후부터는
EU의 정책기조가 대외적 측면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게 되었다는
점을 들수 있다.

두번째의 내부적 요인으로서는 최근 EU의 대외통상정책이 EU 회원국경제의
성장 다이내미즘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하는 한 방안으로서 주요 역외국
(지역)과 자유무역지대(FTA)를 형 하려는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멕시코, 중남미공동시장(MERCOSUR), 지중해연안국가들및
심지어는 미국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FTA를 출범시킨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EU의 노력은 지역주의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최근 APEC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외부적인 배경요인을서 들수 있는 것은 우선, WTO 출범과 함께 다자간교역
규모의 제정이 어느 정도 완결된후 대외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아시아지역이 지난 20여년 동안의 고속성장을 바탕으로 급격한
구매력 증가, 투자수요 확대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또한 EU의 새로운 대아시아 전략이 미국의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거대신흥
시장(BEMs) 전략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즉 아시아에 대한 EU의 관계강화 움직임은 급격하게 확대되는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에게 더이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
이라 하겠다.

특히 이러한 EU의 대아시아 접근강화 의지는 작년 3월에 개최된 "제1차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EU의 "대아시아 신전략"은 그 주요내용으로 (1)아시아시장에 대한 유럽
제품및 기업의 진출확대, (2)다자주의 원칙을 준수하는 토대 위에서의
양지역간 무역투자 확대, 그리고 (3)특정 산업분야에 있어서는 상호주의
(reciprocity)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시장개방의 압력확대 등의 정책목표를
담고 있다.

한국과 관련된 부분에서 EU는 양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교역및 투자관계를 보다 확대하고,대등한 파트너쉽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의 참여(3월), 기본협력협정의 체결
(10월)및 OECD 가입 결정(10월) 등으로 EU와의 공식적인 관계가 보다 활발
해 질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적극화되어 가는 EU의
아시아 접근을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및 동남아지역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유럽기업들과의 제휴,
중소기업간의 협력관계 확대, 기술협력관계의 증진 등을 통한 유럽과의
경제교류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