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대치해 있는 우리에겐 독일 통일의 경험과 의미는 항상 남다르다.

때맞춰 창립20주년을 맞는 한독경상학회가 1일 신라호텔에서 "세계경제질서
의 변화와 한국과 독일의 대응"이라는 주제아래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은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자리에서는 <>통일후 북한의 토지소유권처리방안 <>통일독일의 농업
정책과 그 시사점 <>시장의 세계화 관점에서 본 독일통일의 경험등 다채로운
주제가 다루어졌다.

심포지엄의 주요내용을 정리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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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이후 남북토지제도 통합안 ]]

안두순 < 서울시립대 교수 >

독일은 통일후 구동독지역의 토지소유권문제를 두가지로 구분하여 처리
하였다.

즉 1945년과 1949년 사이 구소련의 점령고권에 의해 박탈된 구소유권에
대해서는 반환불가, 동독정부 수립이후 박탈된 구소유권에 대해서는
반환원칙을 적용시켰다.

그러나 차후 반환원칙적용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자 이를 일부 포기,
사유재산권 보호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입장으로 전환하였다.

북한은 1946년 3월 무상몰수 무상분배식으로 토지개혁을 했고 1953년과
1958년 사이에 모든 개인소유재산을 박탈하여 국.공유한바 있다.

남북한도 통일되면 북한정권에 의해 박탈된 구소유권에 대해서 반환,
보상, 무효화중 어떤 원칙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며 그 결정은 통일
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든지 국가소유인 북한의 토지에 대해서 구소유권을
반환한다면 국가장래를 그르칠 혼란이 예상된다.

북한은 구소유권을 명시한 모든 근거자료를 의도적으로 폐기하여
구소유권자 파악이 어렵고,만약 반환원칙이 적용되면 통일로 인해서
북한주민들의 생활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주민들의 생활기반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들면 농업협동단체의 소속원에게 해당토지의 경작권을 제공하고 차후
구매력이 생기면 취득할수 있도록 취득우선권을 제공한다.

둘째, 그동안 개인재산의 축적기회가 박탈되었던 북한주민들에게 토지에
대한 사용권과 우선매입권이 주어짐으로써 기초재산의 축적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토지제도 역시 남한처럼 사유제가 바람직
하지만 통일초기에는 북한주민들의 필요와 재정형편을 감안, 임대제와
사적소유제를 병행하되 토지의 종류, 용도나 사용양태에 따라서 사유화의
과정, 절차및 방법이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농지와 주택및 그 부속토지는 기존의 경작자와 거주자에게 일단
임대한 후 사유화하되 그들의 취약한 재정력을 감안, 장기저리로 분할상환
토록 한다.

이때 참여자격을 북한의 현지주민으로 제한하여 외지인들의 투기를 미연에
방지한다.

다섯째 직접 생산활동에 활용되지 않는 모든 토지와 용지는 통일후의
국토종합개발을 위해서, 특히 사회간접자본과 공공기설 확충을 위해서
비축되어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도시개발용 토지 혹은 업무용 토지로 적합한 농토와 임야
역시 국유화로 비축되어야 한다.

통일은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구소유권에의 집착 대신에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 분단에 따른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토지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원만한 방안이 사전에 마련되어 북한토지 구소유권자들도 조국통일이
중장기적인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분단으로 인해서 일단 분실된 권익을
되찾는 기회가 아니라 민족대번영의 전기라는 데에 적극 동의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