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퇴직금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9월 25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퇴직금 최우선변제기간에 대한 헌재판결이 있은 지난 8월 21일 이래 많은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에 휩싸이는가
하면, 일부 기업인들은 퇴직금 지급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최근의 논의는 기업이 파산되어 경매과정에 있는 근로자들의 퇴직금에
관한 것이며, 이들에 대한 해당 법조항의 적용이 중지되었으므로 한시바삐
실의에 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문제가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

노사간 주요 쟁점을 사항별로 보면 퇴직금 최우선 변제기간에 대해
노동계는 8년 5개월, 경영계는 3년을 주장하고 있고,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노동계는 가입의무화를, 경영계는 수용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 의무화에 대해서는 노동계는 근로자가 원하면 의무화하는
방안, 경영계는 수용불가를 표명하고 있으며, 임금지급보장(기금)제에
대해서는 노동계는 제도도입을, 경영계는 법정퇴직금의 임의화를 전제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정부안은 노개위 공익안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퇴직금
최우선 변제기간으로 개정법 시행일 이전에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89년 3월부터 개정법 시행일까지와 이후 3년이내 근속기간 중의 퇴직금
발생분(90일분 이내)으로 하되 상한선은 8년 5개월(2백50일)로 하며,
개정법 시행일 이후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최종 3년분(90일)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부안에 의하면 퇴직연금 가입의 근로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하여 기존 보험회사로 제한되어 있던 수탁기관을
타 금융기관으로 확대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으며, 향후 세제개편시
퇴직연금보험료의 손비인정및 조세감면, 퇴직연금비과세, 일시금및
해약환급금의 퇴직소득 인정 등 각종 지원책들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상이한 형편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퇴직연금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같은 논리로 많은 근로자들이 일시에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도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퇴직금
중간정산 의무화제도에 대해서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이 미흡한 실정이다.

퇴직금은 근로자의 노후생존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편 미청산으로 검찰에 송치된 체불임금은 제조업부문이 66%나 되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공업분야, 특히 3D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퇴직금우선변제 조항의 법개정에 따른 가장 큰
피해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소제조업에 노동공급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키는 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퇴직금 최우선변제제도가 폐기되거나 그 범위가 축소될 경우 기업의
담보가치가 높아져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점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기업별 또는 기업의 프로젝트별 타당성에 근거하여
차등금리를 적용하는 추세가 바람직하다.

이 경우 담보능력도 크고 도산의 위험성이 적은 대기업의 경우 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부가 가능할 것이나, 퇴직금 우선변제제도의 범위를 축소하였다고
해서 이의 반사이익이 중소기업에까지 미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대출관행상의 차별이 더 커질 것이고, 특히
중소제조업체들의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상에서 볼 때 근로자의 생존권보호를 위해 일정기간의 퇴직금
최우선변제기간을 법제화하는 것은 필요하며 외국의 사례나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95년 6월 현재 5.2년인점 등을 감안할
때 노동부에서 제시한 우선변제기간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됨에 따라 기업연금제도의 활성화가
촉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향후 다양한 연금제도가 채택될 경우
법정퇴직금의 폐지 또는 이를 노사간의 자율결정에 맡기는 방안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노개위 공익위원들이 퇴직금 최우선변제기간의 축소에 따른
보완방안으로 제기한 임금보장기금제도 도입에 대해서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동시에 입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심리를 해소시키고 이들의
근로의욕을 제고시키며 인력확보를 위해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는 제도라고
판단된다.

즉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퇴직금제도가 기업연금제 또는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과의 연계가 될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책이나, 단기적으로 보아 가칭 임금지급보장제도의 도입을 통한
차선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임금보장기금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제정을 정부에 권고한 일이 있음을 상기하여 조속히 정부에서
법률제정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