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최근 비즈니스 위크지에 소개된 "Plowing The Sca"라는 책에 제시된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국가가 국민을
교육시키고,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자유무역과 투자를 위해 경제를 개방하는
거시경제 정책은 필요하지만 불충분하고, 기업이 시장틈새를 찾아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할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대담한
미시경제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개발에 장애가 되는 것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남미의 기업관리자와 정부관료는 변화하는 세계시장 수요에
둔감하고 전통식 사고에 젖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부존자원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여 값싼 제품의 공급자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은 거시경제정책이지만 충분조건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혁신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아직도 후진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존재하는 사고의 덫때문이 아닐까.

우리도 이제는 싸구려 제품만 만들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기업에는 미국과 일본기업에 비하여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 틈새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업원으로부터 창의력을
끌어내고 시야를 넓혀 세계경영을 하는 미시경제적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러한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시경제적 혁신은 거시경제정책이
철저한 시장경제원칙에 기초를 두고 있을 때 촉진된다.

태국이 개방경제로 초고속 성장을 하였지만 대규모 무역적자아래 통화의
평가절하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외환위기를 맞은 것은 시장경제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이해집단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도산에 처한 기업들을
구제하였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고금리 정책을 취한 때문이다.

개방경제에서 무역과 투자는 성장을 가져다 주지만 시장경제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성장은 곧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체코는 중부유럽에서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에 헝가리 폴란드보다
유리한 출발을 하였지만,시장경제원칙을 지키지 않아 지금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헝가리와 폴란드가 지속적인 성장의 길목에 와있다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체코는 민영화했지만 바우처(voucher : 주식교환)라고 하는 제도가 잘못
운영되어 대다수 은행과 기업이 국가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고, 국가 통제가
가져오는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기업통치제도(corporate governance)때문에
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고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어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체코에서 공산주의 붕괴이후 이렇다할 도산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 헝가리는 긴축에 필사적인 재무장관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연쇄
파산으로 은행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외국인에게 매각하는 것을 포함하여
민영화하였고, 폴란드 또한 부실은행과 기업들을 매각 또는 청산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촉진하였다.

이와 같이 시장경제원칙을 지킬 때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알수 있고, 기업도산이 있어야 경제가 건실해짐을 알수 있다.

기업이나 은행을 구제금융으로 살리는 것은 태국과 체코의 예에서 보는
봐와 같이 경제를 연약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시장경제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부도에 처한 기업에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고, 화의신청에 쉽게 동의하는
느낌을 주고, 정부가 은행에 현물출자하여 49%의 지분을 갖고, 은행과
종금사에 4조원 정도의 특융을 제공하는 것은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하기 보다 아직도 규제와 보호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부도에 처한 기업문제에 직접 나서지 않고 채권단이
주도권을 가지고 해결토록 함으로써 시장경제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높게 평가하고 격려해야 하겠지만 철저하지 못한 점을 우리국민은 주시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나 기업은 부도가 날 지경에 이르면 매각-합병 등에 의해서
해결되어야지 정부가 돈을 풀어 해결하는 특융이나 정부 출자는 시장경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성장 실업 등 거시경제지표만을 보면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미시적 관찰없이 거시경제지표만으로는 위기다 아니다를 단정지을수 없다.

고속성장하의 태국경제가 무너져내렸고,체코 경제도 95년 산업생산이
9.2%까지 성장했으나 무너져내린 것을 보면 미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거시지표는 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지나 않은지 우리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고 철저하게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사고의 급진적
변화와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